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중간선거가 6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일찌감치 '친(親)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대결 구도로 짜여졌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댜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과 2020년 재선 가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 선거 윤곽 한국시간 7일 오후 나올 듯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상원 100명 중 35명, 하원 435명 전원, 주지사 50명 중 36명을 선출한다.
투표는 6일 오전 5시(동부시간 기준)부터 버몬트주를 시작으로 오후 11시 하와이주를 마지막으로 종료된다. 개표는 주별로 모든 투표가 종료되면 바로 시작된다. 2014년 당시를 되짚어보면 양원을 어느 당이 장악할지에 대한 윤곽은 7일 자정(한국시간 7일 오후 2시) 전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4년 임기 중 약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열리는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신임 여부를 확인하는 척도다. 만약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승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국정 운영이 탄력을 받고 공화당 내 트럼프 대통령의 구심점이 강화되면서 2020년 재선 전망도 밝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와 판세 분석을 종합해보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 주도권을 탈환하고,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방송이 1~3일 공동으로 실시한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하원에서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50%는 민주당을, 43%는 공화당을 선택했다. 다만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양당의 격차가 좁아지고 있어 최종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민주당이 예상대로 하원을 차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감세나 반이민 정책 등에 민주당이 급제동을 걸면서 양측이 거세게 충돌할 전망이다. 미 권력 서열 3위에 해당하는 하원의장직은 공화당 폴 라이언 의원에서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원내대표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하원 과반이 동의하면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가능한 만큼 본격적인 탄핵 공세가 시작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상원까지 장악할 가능성은 지극히 적다. 도리어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의석을 늘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원 35개 선거구 가운데 공화당은 9곳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상원에서 민주당보다 2석이 많은 공화당은 8곳에서만 승리해도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선거 예측 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는 민주당을 하원이 가져갈 확률을 85.8%로 예측했으며, 상원에서 공화당이 과반을 유지할 확률을 83.7%로 내다봤다.
◆ 이례적인 선거 열기
이번 중간선거를 둘러싼 열기는 이례적으로 뜨겁다. 5일 오전 기준 사전투표 건수는 2014년 중간선거 기록을 이미 뛰어넘었다. 이번 중간선거의 투표율이 2016년 대선 투표율인 58%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큰 젊은층과 여성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서고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2014 중간선거에서는 젊은층 유권자 투표율이 20%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텍사스, 조지아, 네바다, 뉴저지 등 일부 경합주에서는 30세 이하 젊은층의 사전투표 건수가 2014년 대비 최대 4배까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중간선거 전체 투표율은 36.7%였다.
선거에 투입된 자금도 역대 최대 규모다. 책임정치센터(CRO)의 자료에 따르면 양당이 이번 중간선거에 쏟아붓는 돈은 52억 달러(약 5조8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4년 전에 비해 35%나 증가한 것이다.
선거자금 모금액은 민주당이 우세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민주당에 소액 기부자들을 중심으로 9월 말까지 12억9000만 달러가 모였고, 공화당은 그보다 약 6000만 달러가 적었다. 특히 민주당 승리가 예상되는 하원에서는 민주당 모금액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외신들은 이처럼 뜨거운 선거 열기의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 정책을 심판하려는 이들과 그들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지키려는 지지층에서 뚜렷한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선거를 자신에 대한 ‘신임 투표’라고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투표일 직전까지 주요 경합 지역을 방문해 총력전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이민 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보수층 표심을 모으는 한편 민주당이 권력을 잡으면 감세로 마련한 경제 호황이 끝장날 것이라면서 위기감에 호소했다.
반대편에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나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미국의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다며 정권 심판론을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5일 민주당의 팀 케인 버지니아 상원의원과 함께 버지니아주 페어팩스를 깜짝 방문하고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현지 매체들은 중간선거 후 반으로 쪼개진 미국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힘든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를 앞두고 유대인에 대한 총격 테러나 진보 언론 및 유력 인사들에 대한 폭탄 소포 등 정치적 성향에서 비롯한 강력사건도 잇따라 불거지면서 우려는 더 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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