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행 스님은 1973년 법주사에서 월주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수계했다. 월주 스님의 경우 군부 정권 시절 탄압을 받았고 1970년대와 1980년대 근현대사를 지나면서 총무원장을 14년간 역임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12일 “월주 스님과 원행 스님은 스승과 제자 관계인 상좌 관계로 불가에서는 부모와 자식 관계와 같은 것”이라며 “제자는 여러 명이지만 스승은 한 명으로 평생 가는 관계이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월주 스님은 법난에 대해 전두환 장군을 대통령으로 지지한다는 선언을 요구 받았으나 거절해 국가권력이 불교계 탄압에 나선 것이라고 회고한 바 있다. 법난 당시 군경 합동 병력이 전국 사찰 등을 수색하고 불교계 인사들이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월주 스님은 총무원장 자리에 올라 승가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원, 신도 포교를 맡는 포교원을 설립하면서 종무 행정을 체계화하고 고위직 겸직을 금지하는 한편 선거인단을 대폭 늘렸다. 월주 스님은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 등을 맡으면서 고 김수환 추기경, 고 강원용 목사와 종교지도자 역할을 하면서 ‘나눔의집’과 빈곤 국가를 돕는 ‘지구촌공생회’ 등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총무원장에 당선된 원행 스님(66)은 월주 스님과 상좌 관계로 행보가 주목된다. 원행 스님은 지난 5일 주재한 교구본사주지회의에서 화합과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어려운 고비를 넘어온 우리 종단에 가장 필요한 것은 화합과 혁신"이라며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의 지혜와 경륜이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정부 비판에도 나서 주목된다. 그는 "일방적인 자연공원법 개정안 제출 과정에서 국립공원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종단과 전혀 소통이 없었다고 하는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도로표지판 사찰 표시 삭제 사태에 대해서도 "불편하고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종단은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켜 오는 데 수천 년 동안 함께했다"며 "그동안 기여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차분하면서도 단호하게 종단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경주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조계종 총무원장에 선임된 원행 스님은 전북 김제 태생으로 김제 금산사 주지, 중앙승가대 총장,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제11~13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하고 총무원장 당선 전 조계종 내부 국회 역할을 하는 제16대 중앙종회 의장 등을 지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나눔의 집 원장 등 사회 활동도 해왔다. 원행 스님은 직선제와 소통, 화합 등의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이후 임기 4년 동안 이들 공약의 이행 계획을 다듬고 있다.
종단 외부의 사회 문제에 대해서 중재 등에 나서는 화쟁위원회와는 별도로 내부의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소통과 화합위원회 구성안도 곧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무원장 탄핵으로 재선거가 진행되면서 분열과 내적 갈등이 불거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전망이다.
문화진흥교류위원회를 구성해 템플 스테이, 연등회, 전통 산사, 사찰유적 등 문화콘텐츠를 발굴하고 보존, 확산하는 데도 나설 예정이다. 원행 스님은 13일 취임법회에서 밝힐 취임사에서도 소통과 화합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계종 관계자는 "원행 스님이 총무원장 경선 과정에서 밝혔던 소통과 화합을 추구하는 공약 등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앞으로 자리를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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