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핑안보험, HSBC 최대주주로 '우뚝'
중국 3대 금융그룹으로 떠오른 중국핑안(平安)보험이 영국계 금융회사인 HSBC의 지분을 잇달아 매입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16년 전까지만 해도, HSBC가 중국핑안보험의 최대 주주였는데 이제는 서로 처지가 뒤바뀐 셈이다.
6일 홍콩증권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핑안보험은 HSBC의 지분 14억19000만 주, 총 지분율 7.01%을 확보해 HSBC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고 중국 현지 경제일간지 매일경제신문이 보도했다. 기존의 최대 주주였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13억3500만 주 지분을 보유해 6.59% 지분율로 2대 주주로 내려앉았다.
핑안보험은 지난 해말 HSBC 주식 10억8000만주를 매입해 5.01% 지분을 확보한 이후 계속해서 지분 보유량을 늘려왔다. 올해 2월 지분율을 6.17%까지 높인데 이어 지난 1일엔 HSBC 주식 537만5600주를 약 3억5000만 홍콩달러(약 500억원)에 추가로 매입, HSBC 최대 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핑안보험은 이번 투자는 순전히 보험 자금의 재무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HSBC의 발전 전망이 밝은 데다가 HSBC 주식 배당율이 비교적 높은만큼 보험자금의 리스크 선호도와 투자수익 요구에 부합한다고도 덧붙였다.
HSBC도 "핑안보험이계속해서 HSBC의 장기투자자가 되는 걸 환영한다"고 전했다.
핑안보험이 HSBC 최대 주주로 올라서긴 했지만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제한적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한 홍콩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증권시보를 통해 "핑안보험이 비록 최대주주지만, 구미 상장사들의 지분은 비교적 분산돼 있는만큼 최대주주 권리는 제한적"이라며 "만약 최대주주 지위를 확실히 하고 싶다면 이사회 좌석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중국핑안보험과 HSBC의 인연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0월 HSBC는 6억 달러(약 6700억원)에 핑안보험 지분 10%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는 당시 중국 금융업계가 유치한 외국자본 투자액으로는 최대 기록이었다. 해당 기록은 15년이 넘게 지난 오늘날까지 아직 깨지지 않았다. 이후 HSBC는 핑안보험의 전략적 투자자로서 경영, 기술 방면에서 협력해왔다.
그러다가 10년 후인 2012년 12월 HSBC는 전략적 조정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핑안보험 지분 15.57%을 727억3600만 홍콩달러에 몽땅 매각해 26억 달러 차익을 남겼다.
당시 HSBC는 "핑안보험은 HSBC의 가장 성공한 투자사례 중 하나로, 중국 경제·금융 발전과 핑안보험의 고속발전에 따른 가치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핑안보험이 중국 금융업 발전 추세 속에서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 글로벌 선두 종합 금융그룹으로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매일경제신문은 "핑안보험이 HSBC의 투자대상에서 이제 HSBC 최대주주로 변모한 것은 지난 15년간 중국 금융업, 특히 보험업 발전의 고속성장세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중국핑안보험은 1988년 선전에 설립된 중국 최초의 민영보험사로 시작해 오늘날 중국 3대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올 3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핑안보험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894억8900만 위안에 달했으며, 총 자산은 6조9109억 위안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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