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북한이 호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제재 해제를 위해서는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쌍방향’을 강조한 것이다. 8일로 예정된 북미 고위급 회담이 취소됐지만 대북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협상에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속도는 조절..방향은 그대로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중간선거에 관한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 “우리는 북한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서두를 게 없다. 우리는 급할 게 없다. 제재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향은 그대로 유지하되 속도는 조절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는 유지되고 있으며, 미사일과 로켓이 멈췄다. 인질들이 돌아왔다. 위대한 영웅들이 송환되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대북정책 성과를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나는 서두를 게 없다. 나는 서두를 게 없다. 제재들은 유지되고 있다"고 되풀이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는 표현을 4차례, '서두를 것이 없다', '급할 것이 없다'는 표현을 7차례씩 반복했다. 제재가 계속되는 만큼 미국으로서도 급할 것이 없음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을 향해 협상에 전향적인 태도로 나올 것을 압박하는 의도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고위급 회담의 연기로 인해 북미 간 이상기류설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잡혀지고 있는 여행들(trips that are being made) 때문에 우리는 일정을 바꾸려고 한다"며 "우리는 다른 날 만나려고 한다. 회담 일정을 다시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북미 정상회담도 계속 추진 중임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년 언젠가"라고 했다가 "내년초 언젠가"(sometime early next year)라고 부연했다.
국무부도 7일 브리핑을 통해 북미 고위급 회담 취소 배경을 일정상 문제라고 설명하면서 북미 간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며 이상기류설에 선을 그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고위급 회담 연기 배경에 대해 "사실 일정은 항상 바뀐다. 어떨 때는 외부에 공개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공개하지 않기도 한다"며 "순전히 일정을 다시 잡는 문제이다. 그게 전부다. 일정이 허락할 때 다시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위급 회담을 언제쯤 다시 잡으려고 하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당장 발표할 게 없다"면서 "대통령은 지난 6월 매우 좋은 만남을 가졌으며, 다음 회담을 매우 고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관계에 대해서도 "우리는 꽤 좋은 상황에 있다. 우리는 전진하고 있다는 걸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11·6 중간선거 직후인 7일 0시께 헤더 나워트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8일로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됐으며, 양측의 일정이 허락할 때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북미 고위급회담 연기는 북측이 통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회담이 연기된 배경을 묻는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의 질의에 “북측으로부터 연기하자는 통보를 받았다고 미국이 우리에게 설명해줬다”고 답하면서, "아직 폼페이오 장관과 전화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일정을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 여전히 큰 북미 간 입장차
갑작스러운 북미 고위급 회담 취소 후 미국 주요 매체들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회의론을 부각시키는 모습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제거 이전까지는 경제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고 강조하지만 북한은 조기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애덤 마운트 과학자연맹 선임연구원은 WSJ 인터뷰에서 "북미 중 한쪽도 실현 가능한 조치를 먼저 제안하지 않고 있다"면서 "느리지만 확실하게 협상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북한이 최근 ‘병진노선’의 복귀를 언급한 것은 단순히 비핵화 회담에서 우위를 얻으려는 전략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윌 리플리 CNN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제재 완화에 대한 새로운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한 북미 고위급 회담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최근 며칠 사이 조용히 전개된 일련의 상황들은 북미 외교 과정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며 "사실 미국과 북한은 지난 6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이후 사이가 더 멀어졌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제재 완화 문제뿐 아니라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을 놓고도 “한국의 미군 주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워싱턴에서 반대 기류가 강하다"고 전했다.
다만 중간선거로 인해 미국의 대북정책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의 외교정책이 대통령과 행정부가 주도하기 때문이다. 또한 하원이 민주당에 넘어갔지만 민주당 역시 북한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해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을 노리는 만큼 핵협상 진전을 통해 외교적 성과로 띄울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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