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침체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J노믹스 2기 경제팀 경제정책 방향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 9일 홍남기 전 국무조정실장이 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성과는커녕, 부작용만 초래했다는 지적과 함께 혁신성장마저 가시적 성과 창출에 실패한 정부가 홍 후보자를 경제정책 '원톱'으로 내세운 것이다. 국무조정실에서 규제개혁 등을 도맡아온 홍 후보자를 통해 한국경제의 활력을 높일뿐더러 속도감 있는 혁신성장을 추진한다는 복안인 셈이다.
홍남기 후보자는 지명 발표가 나온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기지표가 부진하고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전력투구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경제장관회의 이름이라도 '경제활력대책회의'로 바꿔서 6개월~1년이라도 이 분야에 진력을 해야겠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자는 한국경제 성장률이 2% 중후반대로 하향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잠재성장률 높이기에 매진해야 할 판이다. 그 역시도 경제부총리 근본 미션으로 한국경제가 잠재성장률에 맞는 경로를 안정적으로 갈 뿐 아니라 잠재성장 경로를 조금 더 위로 올리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시선을 두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1980년대 연평균 9.0% 수준이었지만, 1990년대 7.2%, 2000년대 4.4%로 하락했다. 2011∼2017년에는 3.1%로 떨어진 뒤 급기야 2%대로 추락한 상태다.
또 그는 "단기 대책도 중요하지만, 현 시점이 경기 전환기인 만큼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구조개혁 작업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지속발전시킬 수 있는 과제"라며 "여러모로 혁신성장 성과가 더디다는 평가가 일반적인데, 이번만큼은 속도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직전 국무조정실장으로 근무하면서 규제개혁을 도맡아왔다. 속도를 높여야 할 혁신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개혁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게 홍 후보자의 우선 과제로 꼽힌다.
그는 혁신성장 과제 가운데 공유경제에 주목했다. 홍 후보자는 "공유경제가 우리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구조개혁 작업에 대표적으로 들어가는 규제 혁파"라며 "우리나라는 글로벌 산업 테스트 베드여서 과감하게 전진적으로 생각해야 하며 기존 산업군에 있는 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상생방안을 찾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홍 후보자는 민간과 소통을 확대하며 시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 단계에서는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 민간 및 기업과 부단하게 소통하는 게 필요하다"며 "시간이 허용되면 매주 또는 격주로 △소상공인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경제 관련 협회 및 단체까지 오찬 미팅을 해서 의견을 귀담아듣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경제성장정책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긴밀한 의견 교류에 나설 참이다. 그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임금을 보전해 소비력을 높일뿐더러 사회복지망을 강화해 튼튼한 가계를 만드는 일은 역대 정부가 다 해온 것"이라며 "청와대 팀하고도 장관과 수석 간 비공식 회의를 많이 만들어 논의하는 회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후보자 지명으로 정책 전환보다는 기존 경제정책 강화 또는 집행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니냐는 시각도 포착된다. 그의 업무처리 방식 자체가 매뉴얼을 통한 안정적인 수행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다.
이낙연 총리 추천으로 내정된 홍 후보자는 꼼꼼한 업무 스타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제외하고 매주 대통령과 총리 간 오찬회동에 홍 후보자가 빠짐없이 참석해 현안 자료를 직접 작성해온 점 역시 눈도장을 찍는 데 한몫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번 인사에 대해 다소 시기가 이른 감이 있다는 목소리도 기재부 내부에서 들린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3기 경제팀이 꾸려질 때 들어오실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다소 의아한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그동안 끊이질 않고 논란을 빚어왔던 '김&장(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 갈등설'을 차단하고, 정부의 원팀(One-Team) 구성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홍 후보자는 "경제팀에서 중심이 되어 가겠다는 것이 단순히 집행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현 정부가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만큼 그런 측면에서 합심해야 할 것"이라며 '한목소리'를 강조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생산성 개선을 염두에 두고 시장에서 지적하는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중반기로 들어서는 중요한 시점에서 경제 심리를 안정화하고 중장기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의 인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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