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지방 주택가격이 14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런데 광주·대전·대구 일대에서는 연초 대비 최소 1억~3억원 오른 아파트가 속출하는가 하면, 부산 및 울산의 경우 거래가 중단되고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까지 나타나는 등 지방 부동산 시장에 최근 기묘한 양극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1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0월 기준 서울 주택매매가격지수는 작년 말보다 6% 상승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지방은 -0.8%로 2004년(-0.8%) 이래 14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주요 광역시 중 대구의 10월 주택가격 상승률은 전월 대비 0.5%로 9월(0.4%)보다 오르며 2015년 11월 이래 가장 높았고, 같은 기간 대전은 0.6%로 9월(0.2%)보다 껑충 뛰었다. 이는 7년 만에 최고치다.
한국감정원 분석 자료에서도 올들어 10월 말 현재 광주광역시는 2.8%로 지방 광역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고, 대구는 2.4%, 대전도 1.2% 올랐다. 특히 광주는 서울(8.23%)을 제외하면 전국 17개 시·도 중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다. 반면 같은 기간 최근 수년간 지방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 왔던 부산은 -2.9%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나타냈고, 울산은 무려 -7.82%로 급락했다.
지방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는 가운데 광주 봉선동, 대구 수성구 등 특정 지역 아파트값이 이상징후로 보일 정도로 강세가 두드러지는 등 양극화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논란이 될 정도로 광주 아파트 과열 주범으로 지목된 남구 봉선동 '봉선 제일풍경채 엘리트파크' 전용면적 84.96㎡는 연초 4억원 초반대에서 지난 9월 8억원 초반대로 무려 4억원이나 실거래 가격이 상승했다.
반면 부산 기장군 일대의 경우 입주를 앞둔 몇몇 신규 단지들이 분양 당시보다 2000만~3000만원가량 가격이 떨어지는 등 마이너스 프리미엄에 머무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는 성사되지 않는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 부동산 시장은 거시적 경제 여건 변화로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있지만 광주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신규 아파트 공급이 적었다는 점, 수도권 규제 강화로 인한 풍선효과로 투기수요가 몰릴 개연성이 있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상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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