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김효주, 전인지, 고진영, 이정은6···.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최우수선수(MVP) 격인 대상을 수상한 이름들이다. 모두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했거나 복귀 예정인 선수들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특급 신예’가 탄생했다. 프로 데뷔 전부터 ‘무서운 여고생 유망주’로 불렸던 최혜진(19)이 KLPGA 투어 데뷔 시즌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과 대상을 동시에 품은 최혜진은 ‘슈퍼 루키’의 큰 기대에 어울리는 완벽한 프로 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올해 초 교복을 막 벗은 앳된 스무 살, 새로운 여왕 탄생이다.
◆프로 잡던 ‘여고생 괴물’, 진짜가 나타났다
최혜진은 프로 데뷔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고등학교 3학년이던 아마추어 시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깜짝 준우승을 차지했다. 무서운 기세로 우승 경쟁을 펼친 무명의 ‘여고생 반란’에 놀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장을 지켜보다 자신의 SNS를 통해 극찬을 할 정도였다.
최혜진이 더 주목을 받은 건 10대 소녀의 당찬 모습이었다. 사실 최혜진은 예고된 기대주였다. 중학생 시절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약하기 시작해 고등학생 때 태극마크를 달고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냈다. 특히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골프 여자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며 꾸준히 가능성을 입증했다.
수줍은 성격과 달리 프로 입성은 거침없었다. 지난해 8월 프로 전향을 선언하며 곧바로 KLPGA 투어 무대에 뛰어들었다. 그의 나이 만 18세였다. 최혜진은 개막전인 효성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신인상을 예약했고,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두 번째 정상에 오르며 쟁쟁한 ‘언니들’과 함께 주요 타이틀 경쟁을 벌였다. 결국 최혜진은 신인상과 대상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최혜진은 기대주가 아닌 ‘진짜’였다.
◆한국 여자골프 계보 이을 ‘특급 신예’
신인상과 대상을 동시에 수상한 선수는 KLPGA 투어 사상 5명뿐이다. 최혜진은 이 다섯 손가락 안에 포함됐다. 2006년 신지애(당시 4관왕) 이후 12년 만에 나온 보석이다. 2013년 신인상과 최저타수상을 받은 김효주도 대상 타이틀은 놓쳤다. 또 2014년 백규정을 끝으로 3년 연속 ‘무관의 신인왕’이 나오던 아쉬움도 한 방에 날렸다.
최혜진이 올 시즌 적어낸 기록적 수치에서도 왜 ‘특급 신예’인지 입증한다. 우선 신인상 포인트 2633점으로 2위 한진선(1449점)을 1000점 이상 압도했다. 대상 포인트도 570점으로 2위 오지현(503점)을 67점 차로 따돌렸다. 꾸준한 성적도 놀랍다. 톱10 피니시율 66.67%로 1위에 올랐다. 올 시즌 24개 대회에 출전해 16회나 10위 안에 들었고, 이 가운데 준우승과 3위를 각각 3차례씩 기록했다. 이 부문 60%를 넘긴 선수는 최혜진이 유일하다.
이 밖에도 평균타수 2위(70.19타), 상금랭킹 4위(8억2229만원) 등 주요 타이틀 부문에서 뛰어난 성적을 냈다. 특히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에서 4위(253야드)를 기록하며 장타력과 정교함을 모두 갖춘 선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장타 부문 부동의 1위인 김아림(259야드)과는 불과 6야드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최혜진은 “시즌 시작 전 목표가 신인왕이었는데 이뤄서 기쁘고 대상까지 받아 더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자신에게 90점을 준 최혜진은 아쉬움도 많았다. 부족한 10점에 대해 아마추어 시절과 다른 경쟁과 압박에 따른 스트레스와 체력관리로 꼽으며 “많은 우승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최고의 데뷔 시즌을 보낸 최혜진이 바라보는 다음 시즌도 역시 거침없었다. 최혜진은 “올해는 신인왕만 생각했다”면서 “정은(이정은6) 언니가 2년차 때 잘한 것처럼 나도 그 전철을 밟고 싶다. 6관왕을 할 수 있으면 좋겠고, 상금왕은 꼭 해보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가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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