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안팎으로 도전받는 중국식‘홍색 자본주의(Red Capit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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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18-11-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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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미국의 파죽지세 압박에 내부에서마저 비판의 목소리 분출로 사면초가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11월은 정상 간의 외교로 가장 분주한 달이다. 13일부터 16일까지 싱가포르에서는 ASEAN+3에다 동(東)아시아 정상회의가 연이어 개최되고, 17일부터는 이틀간의 일정으로 파푸아뉴기니에서 APEC 정상회담이 열린다. 그리고 30일부터 12월 1일까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G20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동맹국 혹은 이해당사국 간의 접촉이 빈번해지고, 소위 말하는 편짜기가 수면 하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분위기다. 맨 꼭대기에 있는 미국과 중국을 정점으로 어디에 어떻게 붙어야 국익을 최대한 챙길 것인가에 골몰한다. 경제와 안보를 사이에 두고 저울질을 하는 각국의 암중모색이 치열하다. 미국의 일방적 보호무역 압력과 중국의 지역패권 야욕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면서도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 속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판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미·중간 치킨게임의 틈새를 역이용해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모습들로 분주하다.

우선 미국의 행보에 초점이 맞춰진다.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에 도착하기 전 일본을 방문하여 아베 총리를 만난다. 그리고 파푸아뉴기니로 가기 전에는 호주를 방문하여 스콧 모리슨 총리와도 회담을 한다.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과 일대일로(一帶一路)로 야기되고 있는 중국의 해상·육상 패권 야욕을 저지하기 위한 전통적 동맹과의 협력 라인을 보다 공고화하기 위해서다. 미국-일본-인도-호주를 연결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의 공세에 맞불을 놓기 위한 공동 전선을 형성한다.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적 이익의 공유 차원에서 미국과 중국의 어느 편에 서는 것이 더 유리한가에 대한 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무소불위 행보를 저지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서만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도 미국의 이러한 공세에 대응하는 파상적인 외교 행보를 보일 것이다. 시진핑 주석도 15일부터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싱가포르, 파푸아뉴기니, 브루나이 등의 국가를 방문한다. 미국의 이런 공세에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아군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객관적인 정황 상 중국에게 그리 유리하지 않다. 미국의 보호주의에 맞서기 위한 아시아 역내 공동전선 구축을 부르짖고 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 잘못하면 미국의 파죽지세에 눌려 사면초가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일대일로만 하더라도 사방에서 불협화음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중국의 리더십에 상당한 금이 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국과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도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금융은 물론이고 실물경제마저 휘청하면서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는 판이다. 이 전쟁에 대해 미국의 여론은 그리 부정적이지 않은 반면에 중국 내부에서는 볼멘 목소리들이 분출되고 있다.

‘기적 속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중국 민영기업의 성장, 그들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철저한 통제와 강력한 리더십에 의해서 통치되고 있는 중국과 같은 국가에서 이러한 불만과 비난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은 의외적인 현상이다. 특히 중국의 저명한 경제 석학들 일부가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 이 이제 그 수명을 다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온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진다. 지난 40년간 중국의 경제발전은 국가의 철저한 간섭과 주도에 의해 이루어진 ‘국가 자본주의’로 이는 서방의 경제모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는 공정 무역과 세계 평화에 반(反)하는 행위로 중국이 경제대국이 올라선 지금에도 그것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시진핑 주석이 미국과 무역 전쟁에 정면 승부를 걸면서 불공정한 중국식 모델이 도마 위에 올라가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을 둘러싼 내·외부 경제 환경이 더 코너에 몰릴 수밖에 없다. 명분과 실리 측면에서 미국에게 모두 패하는 국면으로 치달을 확률이 높다.

지난 40년의 중국 경제의 변화를 하나의 기적이라고 한다면 민영기업의 성장은 ‘기적 속의 기적(Another miracle in miracles)’으로 평가된다. 세수(稅收)의 50%, 고정자산 혹은 해외직접투자의 60%, 첨단기술기업의 70%, 일자리의 80%, 신규 일자리 창출의 90%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바로 이들이다. 중국 경제가 거대해지고 글로벌화 되면서 국유기업의 도덕적 해이, 경영 효율 저하 등의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질적 성장을 위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해 나가는 과정에서 국유기업의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대 민영기업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내년 9월 공식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확인된 바는 없지만 중국 당국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성공한 중국 민영기업들의 위상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이면에는 절대 권력을 결코 능가할 수 없는 ‘Red Capitalism’이라는 현실이 엄연하게 존재한다. 중국식 홍색 자본주의가 안팎으로 위협을 받으면서 큰 전환기적 시점에 도달하고 있음이 목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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