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된 영상에는 다희 씨의 반려견인 포메라니안 둥이가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앙앙 짖고 있다. 다희 씨를 향해 "어서 문을 열어줘"라고 말하는 듯하지만, 사실 이미 문은 열려있다.
문틈에 공간이 있지만, 이를 보지 못하는 둥이. |
둥이는 유리문을 타고 점점 문이 열리는 쪽과는 반대인 경첩 방향으로 다가간다. 그러기를 10여 초, 애견카페를 함께 방문한 둥이의 오빠 보리가 열린 문틈으로 재빠르게 지나간다.
이에 놀란 둥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유리를 뚫고 간 보리가 신기하다는 듯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한다.
그것도 잠시,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둥이가 재차 유리문을 발로 차며 앙앙거리는 것으로 영상은 끝난다.
이 영상은 다희 씨가 반려견 둥이·보리와 함께 애견카페에 갔다가 찍은 영상이다. 문을 열어주니 두 아이가 쏙 들어갔다가 다희 씨가 들어가지 않자 다시 나오려는 모습이다.
문틈 사이를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보리의 행동과 비교해 '멍충미'를 발산하는 둥이의 모습이 재미를 더한다.
전문 모델 못지 않은 자세와 표정연기를 보이는 둥이. |
다희 씨는 "둥이는 또 다른 반려견 '보리'를 위해 입양했다"고 밝혔다.
다희 씨 가족은 얼마 전 반려견 가을이가 원인 모를 병으로 갑작스레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변을 겪었다. 가을이를 허망하게 보내고 나니 마음이 힘들기도 하고, 새로운 반려견을 키운다는 게 겁나기도 했다.
그러나 가을이가 떠난 뒤 남아 있는 반려견 보리가 식음을 전폐한 채 숨어지내자 보리까지 잃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제가 좀 특별한 존재입니다 하하" |
보리를 기운 나게 하려면 용기 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다희 씨 가족은 전문 견사를 찾았다. 가을이와 꼭 닮은 오렌지색 포메라니안을 입양하리라 마음먹고 방문했지만, 이상하게도 회색 포메라니안인 둥이에게 눈길이 갔다는 게 다희 씨 설명이다.
다희 씨의 요구사항을 미리 들었던 직원은 "이 아이(둥이)는 부모견까지 모두 회색인 포메라니안"이라며 다른 포메라니안을 권유했다. 그러나 이미 둥이에게 꽂힌 다희 씨 가족 귀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그날 다희 씨 품에는 오렌지색이 아닌 회색 포메라니안이 안겨 있었다.
둥이가 그렇게 다희 씨 가족과 함께 지낸 지 5개월이다.
운명처럼 서로에게 꽂힌 다희 씨와 둥이. 보리에게도 둥이가 그런 존재로 다가온 것일까? 보리는 둥이가 오자 금세 기력을 회복했다. 둥이 입양 후 다시 밥을 입에 대기 시작한 보리는 활기를 되찾았을 뿐 아니라 이전보다 애교도 많아졌다.
어릴 때는 회색이었다가 현재는 보리(오른쪽)보다 더 짙은 오렌지색이 된 둥이(왼쪽). |
둥이를 입양한 지 3일째, 보리는 적극적으로 둥이를 챙기고 나섰다.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주는 건 물론이고 둥이가 낑낑대기라도 하면 쏜살같이 달려온다는 보리.
천방지축 장난꾸러기를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다. 보리가 기운을 차렸으니 다희 씨 입장에서는 한시름 놓인 셈이다.
둥이가 좋아하는 인형은 코만 돼지인 토끼 인형이다. |
둥이는 다희 씨 배 위에서 노는 걸 가장 좋아한다. 손장난도 좋아하고, 평소 마음에 들어 하는 인형을 갖고 뛰어 올 때는 귀여움이 극에 달한다.
그러나 항상 껌딱지처럼 달라붙는 타입은 아니다. 오히려 다희 씨를 애타게 하는 데 선수다. 다희 씨가 부르면 가만히 앉아서 구경하듯 처다보다가 다희 씨가 부르기를 포기하면 그제서야 달려와 애교를 부리며 '밀당'을 즐긴다.
다희 씨는 "부모견이 모두 회색이고, 둥이 역시 어릴 때는 회색이었는데 크면서 짙은 오렌지색으로 바뀌었다"며 "다소 억지스럽다는 건 알지만 우리 가족과 보리의 마음을 알아주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가을이의 빈자리를 충분히 채워주고 있는 둥이가 앞으로 어떤 기쁨을 더 안겨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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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호 기자 juho120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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