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재생 1호 '창신·숭인동' 마중물사업 끝나가는데 주민들은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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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18-11-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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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사진 = 윤지은 기자]


서울시 1호의 도시재생사업으로 200억원(국비, 시비 각 1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창신·숭인동 도시재생 선도사업의 마무리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역 주민들은 사업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냉담한 분위기다.

창신동에서 40년째 살고 있다는 A씨는 “여기는 대중교통이 없어서 우리 같은 노인들이 많이 불편한데, 시에선 우리가 필요로 하지 않는 사업만 한다”며 “2014년 4월에 지역주민 300명과 함께 마을버스 노선을 연장해달라고 구청에 부탁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길이 나빠서 할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업 착수에 앞서 진행된 대상지 현황 및 분야별 과제에 대한 주민의견정리 결과에 따르면 주민들이 서울시에 바라는 사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보도나 도로 확장, 정비(16%)였다.

시는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도로정비사업인 마을탐방로 조성 등 12개의 마중물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오고 있지만 사업 마무리가 한 달 남짓 남은 지금까지도 주민들은 도로정비 등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컸다.

창신동 소재의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예산이 적어서 인지 주민으로서 변화를 체감하는 부분이 많지 않다”며 “이곳 도로는 정비해서 될 게 아니라 새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창신동 봉제거리 인근의 M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여기는 연남동이나 해방촌처럼 큰 도로가 없어 마을버스조차 못 다니는 형국”이라며 "기존 도로가 시멘트로 포장되긴 했지만 근본적인 부분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젊은 인구 유입이 없고 노인들이 사망하면 자식들이 집을 팔아버려 공실도 늘어만 간다"고 꼬집었다.

시는 마을탐방로 조성뿐 아니라 주민 교육을 위한 마을배움터, 안전안심골목길, 백남준기념관, 봉제역사관, 공동이용시설(2개소) 등을 마련하고 나머지 공동이용시설(2개소), 누리공간 등도 연내 완공할 계획이지만 이들 모두 주민들이 원한 게 아닌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도시재생사업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뉴타운이나 재개발 사업추진에는 동의하지 않는 주민들이 많다. M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다수 주민들이 뉴타운보다 도시재생을 찬성한 이유는 도시재생이 좋아서가 아니다"라며 "동네가 재개발되면 집 팔고 달리 갈 곳이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창신·숭인동은 지난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2013년 뉴타운추진위원회와 주민들이 갈등을 빚자 정비지구에서 해제됐다.

서울형 도시재생은 뉴타운이나 재개발 등 전면철거 방식의 정비사업을 지양하면서 지역균형 발전을 꾀하기 위해 서울시가 지난 2014년부터 실시해온 대안사업이다.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지정 대상은 인구감소나 고령화 등에 따라 쇠퇴했으나 문화 및 복지 여건 측면에서 발전 잠재력을 갖춘 지역이다.

2014년부터 재작년까지 창신·숭인동을 포함한 총 13곳이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됐으며 재작년부터 지난해까지는 14곳이 추가지정됐다. 이 가운데 공식적인 마중물사업 기간이 만료돼 자력재생단계에 들어선 지역은 창신·숭인동 한 곳뿐이다.
 

숭인1동 주민공동이용시설 수수헌에 창신숭인도시재생협동조합 사무실이 임시로 마련돼 있다.[사진 = 윤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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