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노동자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끈다고 하지만, 업계 현실은 곳곳에 존재하는 또 다른 ‘양진호’들로부터 고통받고 있습니다.”
회사 직원을 폭행하고 상습적인 갑질을 일삼은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 사태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국내 IT 업계의 직장갑질·폭행도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폭행사태’로 본 IT 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양진호 회장 사태로 촉발된 IT 업계의 가혹한 노동환경과 직장 내 갑질 사례들이 연이어 터져나오면서, 제 2의 양진호와 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제도적 보완점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됐다.
이날 간담회는 IT 직장 내 다양한 갑질과 폭행 사례의 증언이 쏟아졌다.
농협정보시스템에 입사 후 2년 6개월동안 한 달에 하루밖에 쉬지 못하며 약 8770시간의 살인적 근무를 한 양도수 씨는 과로에 의한 면연력 저하로 우측 폐의 절반을 잘라내는 수술까지 받았으나, 회사 복귀 후 해고되는 부당 대우를 받았다. 이후 재입사한 하이마트 쇼팅몰에서도 부당한 업무지시와 욕설, 폭언·폭력 등에 시달렸다. 양 씨는 “이들의 폭언·폭행은 양진호 동영상과 똑같은 환경인 수십명의 동료들이 보는 가운데 발생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을 겪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한 IT 스타트업에서 2014년 1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일했다는 김현우 씨는 “회사 대표로부터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자고 편의점 음식을 먹는 숙식 생활을 하고 학업 포기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안종철 오라클 한국지사 노조위원장은 외국계 IT회사의 불합리한 노동환경을 고발했다. 안 위원장은 “오라클은 권고사직은 물론, 차별적으로 지급되는 위로금,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통한 괴롭힘, 조직적인 불법매출 강요, 욕설 회의, 등 비상식적인 업무 지시를 일삼고 있다”면서 “누구나 선망하는 외국계 IT회사에서 벌이지고 있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IT 업계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시장조사에서도 집계됐다.
IT 노동조합과 이철희 의원실이 함께 수행한 “2018 IT 노동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지키는 근로자의 응답자는 12.4%에 불과했고,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비율도 전체 응답자의 25%를 넘어섰다. 또한 설문참여자의 23.26%가 상사로부터 언어폭력을, 20.28%가 위협 또는 굴욕적 행동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IT 노동자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위험수위에 있다는 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지난 1년간 자살을 한 번 정도 생각했으며, 매일 자살을 생각한다는 응답은 3.7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시간 연장근로에 시달리는데도 정당한 법정수당을 지급받은 이는 매우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IT 노동자 중 근로기준법에 의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4%에 불과했다.
이철희 의원은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서 매일 밤을 새며, 더러는 폭행과 폭력을 당하며 하루하루 고소통속에 보내고 있는 IT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면서 “제2, 제3의 피해자를 방지하고 나아가 진정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대한민국의 IT 인재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국회에서도 대안을 찾아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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