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관계자들은 5G 장비 선정이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LTE를 도입할 당시에는 통신장비를 어디로 선정하느냐는 그다지 이슈가 되지 않았다. 당시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다는 것도 논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LTE에서 5G로 통신업계가 다시 한번 도약을 앞둔 지금, 5세대 장비를 앞두고는 보안과 관련된 거센 논란들이 일었다.
논란은 화웨이의 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촉발됐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경제전문지 블룸버그가 중국에서 납품하는 부품에 스파이칩이 심어졌다는 보도를 내면서 중국산 장비에 대한 불신은 커졌다.
KT에도 화웨이 논란의 불똥이 튀었다. 5G 통신장비에서는 화웨이를 일단 배제했지만 농협의 차세대 통신망 구축사업에 응찰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KT 측은 농협 통신망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만 해주는 역할을 해 5G와는 결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소비자들에게 화웨이는 어딘가 불편한 이름이 됐다. 화웨이가 경계의 대상이 된 것은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화웨이는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모범사례로 꼽힌다. 로컬업체였던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통신 인프라 확대 정책에 따라 몸집을 키웠고, 전 세계 장비시장에서 전통적 강자였던 노키아와 에릭슨을 상대로 3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성장했다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화웨이가 1987년 창립 후 매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는 통상적으로 경쟁사들에 비해 3~6개월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CT산업은 아주 빠르게 변화한다. 어제는 그냥 조그만 벤처기업이었던 회사가 내일은 글로벌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기존 플레이어들을 따라갈 필요 없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화웨이의 부상은 통신장비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려는 국내 기업들에도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물론 중소 장비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입해 '한국판 화웨이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실제로 통신사들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장비를 사용하며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5G로 국산 장비업체 생태계가 활성화돼 5G 상용화의 내실을 다질 수 있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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