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요? 에이, 이러다가 또 오를 거 같은데요.”
정부가 서슬퍼런 `9·13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은 덕분인지 지난주 서울 집값 상승세가 60주 만에 멈췄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한 후배 기자는 이런 냉소적인 시장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9월 둘째 주 이후 거침없는 고공행진을 해온 서울 집값이 1년 2개월 만에 변곡점을 맞고 있다. 하지만 아직 집값 하락이나 부동산시장 안정을 확신하는 목소리를 듣기는 어렵다. 한 전문가는 “청약시장 열기나 대기 매수세로 볼 때 시장에서 이상 신호가 나오면 집값이 다시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만큼 서울 집값 상승세가 강했고, 반대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약하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지난 8월 27일 규제지역 지정부터 9월 21일 주택공급 확대까지 세금 강화, 대출 규제, 공급 확대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망라하는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처럼 많은 대책을 쏟아냈는데도 왜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일까. 아마 서울집값의 과열을 가져온 이유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장의 건강을 되살릴 수 있는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아니라 급한 불을 끄려고 강력한 약을 남발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주택시장의 건강한 시장기능을 회복시키는 것보다 투기를 잠재우고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유세를 강화하면 거래세를 낮춰서 시장을 돌아가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했지만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 거래세를 낮추지 않았다. 오히려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다 보니 초강력 대책에도 불구하고 급매물이 나오지 않고 오히려 자취를 감춰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주택공급 확대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마지막 카드로 3기 신도시 건설 등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았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가 부지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대책을 내놓아 해당 지역의 반발도 거세게 일고 있다. 게다가 주택 공급이 필요한 곳은 서울인데 외곽에 택지지구나 신도시를 개발하겠다고 하니 정책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기 어렵다. 오히려 서울 도심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내집 마련은 서민들의 꿈이자 희망으로 여겨져 왔다. 단칸방에 신혼생활을 시작하면서 차츰 집과 세간을 늘려가 전셋집으로 옮겨가고 내집 한 칸을 마련하면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내집 마련은 서민에서 중산층으로 올라가는 계층 사다리 역할도 하며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도움닫기 역할도 했다.
그래서 역대 정부의 부동산정책도 ‘서민들의 내집 마련’에 최우선 초점을 맞춰왔다. 그런데 요즘 부동산정책은 투기억제에 역점을 두다 보니 상대적으로 이런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청소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건설, 매입임대주택 공급 확대, 무주택자 우선청약제도 개선 등 다양한 서민 주거안정 지원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런 정책으로는 극히 일부만 혜택을 받을 뿐 대다수 2030 젊은 세대는 냉혹하게 치솟은 서울 집값 아래 맨몸으로 서 있어야 할 형편이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8억429만원에 달했다. 젊은 신혼부부들의 내집 마련의 꿈은 말 그대로 ‘꿈’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월급을 아껴서 돈을 모아 집을 사기에는 서울 집값이 너무 올라버렸다.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2030이 늘어나고 신혼부부들이 아이 갖기를 두려워하는 것도 이런 서울 집값과 무관하지 않다.
김수현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은 노무현 정부시절 종합부동산세 산파역할을 하고 대못 규제를 주도해온 인물이다. 하지만 이번에 정책사령탑에 오른 만큼 과거 규제정책 경험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부동산시장의 건강을 회복시키고 젊은이들에게 내집 마련의 꿈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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