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헌관씨는 태어난 지 10개월 만에 뇌수술을 받았다. 이후 별탈 없이 일상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고교 3학년 때 갑작스런 현기증으로 정신을 잃었고, 화장실 세탁기에서 나온 뜨거운 물에 중화상을 입었다. 외국어와 음악에 특별한 재능을 나타내며 각종 공연 및 대회에서 수상까지 한 헌관씨의 진로는 잠시 제동이 걸렸다. 이후 거듭된 피부이식수술에도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이때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몸짱소방관' 달력 기부로 몸과 손에 남았던 화상은 차츰 아물었다. 이제 어엿한 대학생으로 동아리 활동과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화재현장에서 불을 끄고, 인명도 구조하는 소방관. 누구보다 본인이나 동료, 국민들이 입은 화상의 아픔을 잘 안다. 어떤 방식이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2014년에 '몸짱소방관 선발대회'에 착안, 해당 선수들이 등장하는 달력을 만들어 팔아 저소득층 환자를 돕기로 했다. 시 소방재난본부는 '소방공무원과 화상환자의 두번째 인연'이란 주제로 힘과 용기를 보태고 있다.
◆전문가 재능기부와 기업의 공익적 공감대로 결실 맺어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보면, 2015~2017년 3년간 국내 화상환자 중에서 신체부위별 3도 이상 중증인 경우는 총 3만9297명으로 집계됐다. 표피, 진피의 전층과 피하지방층까지 손상이 이뤄진 것이다. 매년 1만2000~1만3000명이 관련 치료를 받고 있다. 신체별로는 엉덩이 및 다리의 화상이 1만114명으로 가장 많았고, 손과 손목이 9632명, 발과 발목이 8027명 등으로 나타났다.
화재 현장에서 영웅처럼 시민의 생명을 구하는 서울시 몸짱소방관. 달력 모델로 변신할 땐 안전모와 방화복을 벗고 근육질의 몸매를 뽐낸다. 이번 프로젝트는 소방관을 포함한 전문가의 사진촬영, 외부업체의 디자인 및 제작 등 여러 분야의 재능기부가 결합된 데 따른 결과물이다. 2014~2018년 137명의 대원이 자발적으로 카메라 앞에 나섰다.
소방관은 업무 특성상 강인한 체력이 요구된다. 체력 단련은 평상시 기본업무다. 체력검정이 실시되는 매년 4~5월께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한 대원들을 대상으로 몸짱소방관 선발대회가 열리고, 이와 연계해 모델도 뽑는다. 달력에는 소방관, 소방장비, 안전 관련 문구, 119 등을 삽입해 화재의 위험성과 화상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도 한다.
◆수익·기부금 전액 국내외 저소득층 화상환자 치료 지원
몸짱소방관 달력은 2014년(2015년도 달력)부터 작년까지 계속됐다. 이 기간 모두 4만2529부를 판매하고 한림화상재단에 4억2000여만원을 기부해 96명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줬다. 올해 다섯번째로 현재 판매 중인 2019년 달력에는 '제7회 선발대회'에서 선정된 12명의 소방관이 참여했다. '119'를 상징하는 내년 1월 19일까지 판매한다.
GS SHOP, 교보 핫트랙스, 텐바이텐 등 온·오프라인을 통해 판매된다. 오프라인에서는 교보 핫트랙스 서울지역 12개 지점, 분당점, 천안점, 대구점과 텐바이텐 대학로점, 건대점, 일산점, 고양점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 10월 '몸짱소방관'에 대해 전국 최초로 상표권 특허등록을 마치고 고유상표 사용권도 확보했다. 상표권으로 달력, 벽달력, 엽서, 종이제 광고판, 필기구, 앨범, 사무용품 등 23개의 상품이 지정됐다.
소방재난본부에서는 올해부터 해외 의료봉사 시 달력 모델 공무원이 동행해 환자들을 위로하고, 외국인 환자가 치료차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발굴 등을 검토 중이다. 정문호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몸짱소방관 희망나눔 달력은 소방공무원들이 치료비 마련이 여의치 않은 중증화상환자를 돕고자 하는 뜻을 모아 만들었다"며 "시민들의 많은 관심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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