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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시청자미디어재단 서울센터장·경제학박사.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관심이 요즘처럼 뜨거웠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이를 주제로 한 논의가 연거푸, 그것도 글로벌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문은 지난 6~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하고 시청자미디어재단(CMF)과 아시아·태평양방송개발기구(AIBD)가 공동 주관한 국제세미나(AIBD·CMF Regional Seminar on Community Media Centres)가 열었다. 다음 날인 8일에는‘2018 미디어·정보 리터러시(Media and Informational Literacy) 국제심포지엄’이 이어졌다. 여기다 오는 22일에는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주관하는‘디지털혁신, 제너레이션 그리고 미디어교육’을 주제로 한 국제 콘퍼런스가 열린다.
초점이나 접근방식은 꽤 달랐다. AIBD·CMF 세미나는 아태지역 방송인들에게 ‘한국형 시청자미디어센터’ 사례를 소개하고 현장에 가 스마트미디어 교육도 참관하게 하는 등 한국형 모델을 알리는 데 역점을 두었다. 이에 비해 국제 심포지엄은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증진을 위한 국제전략과 아태지역과 아프리카·유럽 사례를 현장 활동가들이 소개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법제화 필요성과 정책과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미디어교육 관련 세 부처로 꼽히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교육부·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가 이 심포지엄을 처음으로 공동 후원한 점도 이채롭다.
그런데 디지털 사회에서 미디어 역량은 미디어 자체의 활용능력보다는 사회참여 차원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분석·비판 능력이 더 중요하다. 이는 국민의 미디어 활용 격차가 민주주의 실현과 사회적 통합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공스럽다. 유럽연합(EU)이나 영국 오프컴(Ofcom) 등이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하여 국민 역량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도 이를 우려해서다.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미디어의 건강한 발전’을 국정과제로 삼고 전 국민에게 맞춤형 미디어교육과 방송참여 등으로 사회참여를 위한 환경구축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왜 지금인가와 함께 유난히 눈길을 끈 것은 ‘디지털 시민성(Digital Citizenship)’이라는 개념이었다. 유네스코가 2016년 설정한 개념에 따르면 디지털 시민성은 디지털 정보를 제대로 검색·접근하고 활용하고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다른 사람과 온라인 관계를 맺으면서 적극적이고 비판적이면서도 분별력과 윤리의식을 잃지 않고 온라인 콘텐츠를 사용하는 능력, 책임감을 갖고 인터넷을 스스로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유럽평의회의 정의도 비슷하다. 효과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기반으로 디지털 환경과 적극적이고 비판적 자세로 능숙한 관계를 맺는 능력을 지칭하는데, 이는 기술을 책임감 있게 이용함으로써 인권을 존중하는 방식의 사회적 참여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결국 디지털 시민성은 디지털 혁명 시대를 살고 있는 시민이 갖추어야 할 미디어 활용능력과 인터넷윤리, 예절, 정보보안 등의 기술 이용과 관련된 적절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규범 혹은 역량을 뜻한다. 디지털 시민성은 가짜뉴스와 사이버폭력, 불평등, 개인정보 침해 따위의 디지털 위험에 대처하고 이런 위험과 디지털 기술이 가져다주는 기회를 균형 있게 조율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개념이다.
디지털 시민성은 어떻게 길러질 수 있을까. 다시 논의는 미디어 리터러시로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미디어 리터러시와 미디어교육은 혼용해 쓰기도 하지만, 미디어 리터러시가 훨씬 광범위한 개념이다. 미디어교육은 미디어리 터러시를 증진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하지만 교육만큼 강력한 방법도 없다.
이 미디어교육을 전 국민에게 실행하고 있는 조직이 ‘시청자미디어센터’인데, 이 사실을 모르는 이가 많아 안타깝다. 전국에 7개 있는 시청자미디어센터는 전 국민에게 열려 있는 보편적 미디어교육 기반시설이자 미디어놀이터로 기능하고 있다. 연중 다양한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되고 있으며 방송 스튜디오와 녹음실, 편집실 등 시설과 장비를 두루 갖추고 있다. 모든 교육과 시설 대관, 장비 대여에는 이용료가 들지 않는다. 센터는 방송통신기금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으로 구축되고 운영되고 있는 공공시설이기 때문이다. 미디어 역량과 디지털 윤리를 갖추고 민주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시민이 시청자미디어센터를 통해 대거 배출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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