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 대만의 고궁박물원(이하 고궁)의 '휴관설'이 하루 만에 해프닝으로 끝이 났지만, 중국과 대만 현지 언론들의 강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커즈언(柯誌恩) 국민당 입법위원은 고궁이 오는 2020년부터 3년간 휴관하겠다고 밝혔다고 대만 연합보 등이 보도했다. 이에 이튿날 천치난(陳其南) 고궁원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타이베이(臺北) 소재 고궁 본관의 3년 휴관 계획은 사실무근"이라면서 "커 위원이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어 이러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휴관은 고궁 보수 및 증축 시 필요한 선택사항이었을 뿐"이라며 "건축된지 50년이 넘은 고궁의 지붕에 균열이 생기고, 전시공간이 부족한 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보수 및 증축 계획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만 주요 인사의 해명에도 대만 현지 언론들은 국보를 지방선거에 이용한 것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중국 현지 언론들도 “눈앞의 이익만 좇으려고만 한다”며 비난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인터넷판인 환구망(環球網)은 “고궁의 낮은 방문율을 끌어올리고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민진당은 '고궁 3년 휴관', 서남부 자이(嘉義)현 타이바오(太保)시의 고궁 남부분원에 문물 이전'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민진당은 상황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자 바로 아니라고 잡아뗀 것”이라며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정부의 '알량한 전술'이 고궁의 이름에 먹칠을 칠했다”고 덧붙였다.
민진당의 이러한 조치가 탈(脫) 중국화로 나아가려는 속셈이 보인다고도 주장했다. 환구망은 고궁이 휴관을 하게 되면 해외 관광객들이 3년 동안 중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다며 중국 문화와의 연결고리를 끊어 자연적으로 독립을 만들어 나가려는 의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대만 중국시보(中國時報)도 고궁에 전시된 문물이 중국에서 온 것이라며 모든 중국인들의 공동 소유자산이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민진당은 대만 정체성 확립을 강조하면서 탈중국화를 꾀하고 있다”며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데, 남(중국)의 국보를 돈벌이 수단으로 제멋대로 이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언론매체뿐만 아니라 대만인과 관광업계도 크게 반발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고궁이 휴관할 경우, 연간 500만명 가량의 관광객이 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민진당 측은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고궁에는 국민당이 국공내전 패배로 대만으로 쫓겨가면서 중국에서 옮겨온 70여만 점의 문화재가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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