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은 베트남에서 ‘한식의 세계화’ 위해 진출한 식품 사업으로 시작해 바이오·물류·영화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쌓은 경험과 사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현지에서도 사랑 받는 생활 문화기업으로 인지도를 높여 나간다는 목표다.
◆CJ제일제당, 80년대 시작해 1조원 규모로 성장
베트남 가공식품시장은 2015년 기준 15조원 규모로 연평균 17% 고성장세다. 냉동·수산·육가공 등을 포함한 냉장냉동식품의 경우 6000억원대로 시장 규모는 작지만 연평균 20% 수준으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CJ제일제당은 1980년부터 신선사업(냉장·냉동)에 뛰어들었다. 1980년 햄과 소시지 등 육가공을 시작으로, 1988년 냉동식품, 2000년 김치로 사업을 확대했다. 2005년에는 신선식품사업부문을 출범하며 두부 및 수산가공, 김, 계란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이후 공격적인 투자로 국내 육가공, 냉동, 수산시장에서 시장 1위를 차지하며 1조원대 규모 사업으로 키웠다.
지난해와 올해는 CJ Foods Vietnam(옛 킴앤킴)과 CJ Cautre(옛 까우제), CJ Minh Dat(옛 민닷푸드) 등 베트남 현지 식품업체 3곳을 인수했다. 최근 70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통합생산기지를 구축하며 베트남 식품사업 확대에 나섰다.
내년 7월 완공 예정인 베트남 식품 통합생산기지는 연간 6만톤의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현지식은 물론 비비고 왕교자와 비비고 김치, 가정간편식(HMR), 냉동편의식품, 육가공 등을 생산한다.
CJ제일제당은 이재현 회장의 경영철학인 ‘한국 식문화의 세계화’를 바탕으로, 대표 브랜드인 ‘비비고’를 내세워 베트남 및 동남아 전역으로 ‘케이 푸드(K-Food)’ 전파에 주력할 방침이다.
◆토종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 발렛 등 고급서비스로 각광
CJ푸드빌의 토종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는 현재 베트남에 3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은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영향으로 빵을 주식으로 먹는 문화라 시장 확대 가능성은 높지만, 현지 베이커리업체들이 시장을 주름 잡고 있었다. CJ푸드빌은 2007년 6월 1호점을 내며 첫 진출하면서 철저한 서비스 마인드로 시장을 공략했다.
뚜레쥬르는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면 먼저 “뚜레쥬르 신짜오(안녕하세요, 뚜레쥬르입니다)”라는 인사를 울려 퍼지게 했다. 또 베트남의 주요 교통수단인 자전거와 오토바이 무료 발렛파킹 서비스도 시작했다. 마일리지와 멤버십 제도를 베트남에 처음 도입한 것도 뚜레쥬르다.
뚜레쥬르의 성공 요인은 ‘카페형 베이커리’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 데에서도 찾을 수 있다. 베트남에서는 처음으로 좌석과 테이블이 있는 카페형 매장을 선보였다. 경제적 성장과 함께 베트남 젊은이들은 집과 직장 외에 이야기를 나누고 사람을 만날 ‘제3의 공간’을 원했다. 오토바이에서만 데이트를 즐기던 베트남 젊은이들은 뚜레쥬르를 데이트 장소로 애용하고 있다.
◆CGV, 베트남 젊은이들의 데이트 명소
CJ CGV는 2011년 7월 현지 1위 멀티플렉스인 ‘메가스타(Megastar Media Company)’를 인수하며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2014년 ‘CGV’로 브랜드를 전환한 후, 2017년 3분기까지 누계 관람객 규모는 약 4500만 명이다. 베트남 인구가 9000여만 명을 넘어서는 것을 감안하면, 2명 중 1명은 CGV에서 영화를 관람한 셈이다.
베트남 1위 극장 사업자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CJ CGV는 지난 8월 6일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하며 최단 기간 1000만 관객 달성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1년 당시 연간 440만 관객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불과 5년여 만에 3배가 넘는 가파른 성장세다.
CJ CGV의 빠른 성장세는 한국형 고급 서비스와 현지 영화 편성 확대 등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영화관의 특별관에 대한 인식이 약했던 현지에 침대관 ‘라무르’를 비롯해 ‘4DX’, ‘아이맥스(IMAX)’, ‘스타리움’을 단독 설치했다. 극장운영 전문가 양성센터 CGV 유니버시티(UNIVERSITY)를 현지 도입해 선진화된 국내 운영 노하우와 서비스를 접목시켰다. 프리미엄 멤버십 제도, 티켓판매기, 포토티켓 서비스, 반미(bánh mì) 샌드위치 등의 현지화 매점 메뉴 도입 등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
30대 이하 젊은층을 겨냥한 마케팅도 주효했다. ‘데이트=야외’라는 공식을 가진 대다수의 베트남 커플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이려 시작한 ‘러브 캠페인’이 대표적 사례다. 야외 커플 페스티벌, 무비 다이어리 경품 이벤트 등 매달 다양한 행사를 열자 CGV 베트남의 2030세대 관객 수는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다양한 작품 편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11년 진출 당시 CGV 베트남의 미국 할리우드 영화 상영 비율이 85%에 달했다. 2015년 1월 베트남 및 한국 영화 전용 상영관인 아트하우스를 3개관 여는 등의 노력으로 베트남과 한국 영화 편성 비율을 35%까지 높였다.
◆CJ ENM 오쇼핑, 한국 중소기업 새 시장 개척 ‘업계 1위’
CJ ENM 오쇼핑부문(이하 CJ오쇼핑)은 2011년 7월 베트남 1위 케이블TV 사업자인 ‘SCTV’와 합작 투자해 SCJ TV Shopping(이하 SCJ)를 개국하면 베트남에서 홈쇼핑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SCJ는 베트남 홈쇼핑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1위 회사로 한국 상품 판매 비중은 25%에 달한다.
실감나는 방송을 위해 2013년 6월 문 연 SCJ 전용 스튜디오는 연면적 약 1000㎡(약 303평) 규모로 3개의 홈쇼핑 전용 스튜디오와 조정실, 편집실 등을 갖췄다. SCJ는 현재 하루 8시간 생방송을 운영 중이며, 주말에는 11시간까지 생방송을 늘리며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생방송은 생생하게 소비자들의 수요를 자극해 녹화 방송보다 평균 2~3배 높은 매출을 보인다.
한국 중소기업 제품인 부원생활가전의 ‘도깨비 방망이’, 해피콜의 ‘양면 프라이팬’ 등은 개국 이후 지금까지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표 스테디셀러다. 이 제품들은 한국 홈쇼핑 직원이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해 다양한 요리를 만들며 소비자 관심을 끌어 대박상품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인기인 한국 중소기업 상품은 한국산 홍삼과 글루코사민, 기름을 적게 써도 늘러 붙지 않는 ‘해피쿡 냄비-프라이팬’이다. 미용, 여행 등 한국의 각종 서비스 상품에 대한 수요도 감지되고 있다.
SCJ 담당자는 “한국 상품은 품질이 좋기 때문에 이전에 방송했던 상품들에 대해서 문의도 종종 들어온다”며 “소비자들은 SCJ에서 우수한 한국 상품을 소개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재구매율과 함께 브랜드 신뢰도도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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