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집착 고양이의 'ESC' 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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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11-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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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키보드 사랑이 남다른 고양이가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바라만 봐도 좋았던 사랑은 소유하고 싶은 집착으로 변해버렸다.

지난 13일 한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ESC 도둑'이라는 글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이 게재됐다. 사진 속에는 키보드 ESC 키를 이빨로 야무지게 깨물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이 담겼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수많은 키 중에서도 정확히 ESC 키만을 깨문 고양이의 표정은 대단히 만족스러워 보인다.

사진을 접한 사람들은 "우리 집 고양이는 뚜껑도둑인데 쟨 ESC 도둑이네", "고양이는 잘못 없음. 키보드가 잘못했네", "그 와중에 귀여운 거 좀 봐라"며 고양이의 깜찍한 잘못을 두둔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사진 속 고양이는 본이 씨의 남자친구인 동현 씨가 기르는 반려묘 '보리'다. 본이 씨에 따르면 보리의 키보드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데.

본이 씨는 "남자친구가 컴퓨터를 할 때면 보리가 항상 책상에 올라와 엎드려 지켜보고 있다"며 "키보드에서 빛이 나니까 신기했는지 관심을 보이다가 보리의 키보드 사랑은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참을 바라보는 거로 만족했던 보리가 어느 순간부터 키보드에 이빨을 대기 시작했다고. 그것도 꼭 ESC 키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고양이지만개아련 #묘스타그램 #갖고싶다너란ESC키 #출구없는매력

하나만 따로 떨어져 있는 게 물기에 안성맞춤인 건지 아니면 철저히 개묘의 취향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ESC 키에 집착하던 보리는 급기야 소유욕을 참지 못하고 그 키를 뽑아버리고 말았다.

'갖고 싶다'는 욕망에 눈멀어버린 보리에게 집사의 20만 원짜리 키보드는 그렇게 상처를 입고야 말았는데.

본이 씨는 "컴퓨터를 하고 있을 때 키를 빼면 찾아서 다시 끼울 수 있지만, 남자친구가 자고 있을 때 빼면 어디에다 둔 지 찾질 못해 잃어버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며 "20만 원 대의 키보드 세 개가 다 ESC 키가 없어져 현재는 저렴한 키보드로 바꿔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나도 엄연한 1살!"

16일인 오늘 첫 생일을 맞은 애교쟁이 수컷 보리.

보리는 동현 씨네 집에 입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링웜에 걸려 두 달 가까이나 입원 치료를 받으며 힘든 시간을 겪기도 했다.

고생하는 보리의 모습을 지켜보며 집사 동현 씨와 본이 씨는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그런 간절한 마음이 전해진 건지 보리는 다행히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었고, 현재는 누구보다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라났다.

설현 못지않은 환상적인 뒤태

보리에겐 장난꾸러기 남동생이 하나 있다. 나이 차이는 불과 한 달 정도밖에 나지 않지만, 보리는 동생 '감자' 앞에서는 의젓한 형의 모습을 보여준다. 본이 씨는 "감자가 따라다니면서 물고 귀찮게 해도 화내지 않고 다 받아준다"고 말했다.

맘씨 좋은 형 덕분인지 다행히 둘은 사이가 좋은 편이라고. 특히 간식 앞에서는 합심해서 침까지 뚝뚝 흘리며 집사의 동정심을 세트로 자극해 원하는 간식을 얻어내기도 한다는데.

"내 동생 잘 때도 꼭 지켜줄 고양!"

본이 씨는 "보리가 입원까지 할 정도로 아주 아팠을 때 곁에서 지켜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었다"며 "그런 보리가 건강하게 자라 이렇게 생일을 맞게 돼 정말 행복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보리랑 구름이 둘 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따뜻한 바람을 전했다.

"우리 형 생일 많이들 축하해줘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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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기자 ksy61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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