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시장에서 중립금리(neutral rate)를 둘러싼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관료들이 잇따라 현재 금리수준이 중립금리에 근접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12월 금리인상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 "현 금리수준 중립금리에 거의 다다라"…지난달 파월 발언과 대치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연준이 중립금리에 근접했다고 주장했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이제 금리를 인상할 때 경제 데이터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한다"면서 둔화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성장도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제롬 파월 연준의장의 기존 입장과는 대치되는 것으로 12월 금리인상 신중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중립금리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수준을 뜻한다. 이는 미국의 경우 경기부양이나 긴축 정책 어느 쪽도 택하지 않은 채 물가상승률과 잠재성장률 그리고 정책금리와 실질금리 차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하여 '중립적' 상태로 유지하는 연방기금금리를 뜻한다. 지난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언급하면서 '중립금리'는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파월 의장은 당시 싱크탱크 애스펀연구소 주최 애틀랜틱 페스티벌에서 PBS 대담에 출연해 "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이나 우리는 중립적인 지점까지 점진적으로 향해가고 있다"면서 "(정책 금리가) 중립을 넘어설 수도 있지만, 현 시점의 금리는 중립으로부터 한참 멀리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당시 이 같은 발언은 추가 금리인상 여력이 충분히 있다는 '매파적' 발언으로 해석되면서 시장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연내 추가 금리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에 10월 내내 흔들리던 주식시장은 11월에도 여전히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 연준 상·하방 위험 모두 …달러 약세로
클라리다 부의장의 발언에 앞서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현재의 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에 근접했다고 15일 지적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가진 연설에서 그는 "단기정책 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중앙은행은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얼마나 빨리 금리인상을 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상의 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경제성장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너무 느릴 경우에는 지나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면서 '신중한(tentative)'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연준 관료들의 금리인상 신중 발언이 이어지면서 달러는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 16일 주요 1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가치를 측정하는 WSJ 달러인덱스는 0.6% 하락하면서 90.03을 기록했다. 최근 달러는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강세를 보였던 터였다. 이날 유로화는 달러 대비 0.8% 상승했으며, 엔화 대비 달러화는 0.7% 하락했다고 WSJ는 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12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17일 기준으로 65.4% 반영했다. 이는 불과 한달 전인 10월 16일 81.0%에서 크게 낮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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