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반발로 탄력근로제 시행이 발목을 잡혔다. 여기에 문제해결의 한 주체인 정부도 뒷짐을 쥔 양상이어서 가뜩이나 먹구름이 드리운 한국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고용부는 19일 ‘최근 고용노동 현안’ 관련 브리핑을 통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는 필요하다”면서도 “6개월, 1년 등 구체적 기간, 업종별 적용 방식 등은 노사가 협의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22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출범하면 노·사·정 대표가 모여 탄력근로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여부는 노사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했고,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탄력근로제를 포함한 노동 현안에 대한 노·사·정 간 논의나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정부가 이를 알면서도 노사 간 협의, 경사노위 출범 등을 거론하는 것은 사실상 뒷짐지고 방관한다는 의미여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탄력근로제는 노사 합의를 통해 3개월 이내로, 주당 근무시간 평균 52시간을 자율적으로 맞추게 하는 제도다.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제가 시행되면서 업종별·지역별 특성에 맞게 52시간 근로를 전제로 3개월 이내에서 노사가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조율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국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이 최대 3개월로 정해져 있다 보니, 업종에 따라 탄력근로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여야는 탄력근로제를 6개월 또는 1년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경영계도 탄력근로제·재량근로제 등 유연근로제도를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면 임금삭감과 함께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지난 17일 규탄 집회를 열었고, 민주노총이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이유다.
노동계 집회와 시위가 잇따르고 대규모 총파업이 예정됐지만, 노동 현안을 책임져야 할 고용부는 대국민 메시지조차 낼 계획이 없다.
고용부는 이날 “최근 민주노총이 지방 노동관서 5곳을 점거농성하면서 실업자, 임금체불을 당한 근로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불법적 집단행동이 아닌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일자리 타격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는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특히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도·소매업 △숙박·음식업종 등 일용·임시 근로자의 취업 감소율이 50~60%에 달했다.
이 같은 지표를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만 볼 수는 없지만, 영향을 간과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이 업종별·지역별로 현장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고, 사업주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실태 파악을 할 계획”이라며 “12월 도·소매업종을 시작으로 매달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