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간 저 너머에 묻힌 진실을 밝혀 달라."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의 희생자 유족들이 사고 전면 재수색 및 재조사, 민관 합동조사단 구성 등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촉구했다. KAL 858기 폭파사건 희생자 유족 측이 항공기사고 주무 부처인 국토부에 전면 재조사 등을 공식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무부처 국토부 제외한 채 안기부가 주도"
'KAL 858기 가족회'와 'KAL 858기 사건 진상규명대책본부'는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간 정부를 향해 사고의 진상이 무엇인지 호소문을 보냈지만, 어떠한 해명도 회신도 받은 적이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밝혔다.
KAL 858기 폭파사건은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11월 29일 북한 공작원 김현희가 미얀마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테러를 감행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는 이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대통령 직선제 이후 처음 치러진 대선과 88서울올림픽 등을 앞두고 '남·남 갈등'을 교란하려는 북한의 테러 폭파 사건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그해 대선을 하루 앞둔 12월 15일 김현희를 입국시키면서 수사를 종결했지만, 현지조사단은 KAL 858기의 잔해는 찾지 못한 채 철수했다. 김현희는 1990년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그해 사면됐다.
이에 KAL 858기 희생자 유족들은 "탑승자의 시신 한 구, 유품 한 조각, 블랙박스, 기체 잔해 등을 전혀 찾지 못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희 폭파는 거짓…촛불정부 왜 침묵하나"
특히 이들은 항공기 사고조사 주무 부처인 국토부를 배제한 채 국가안전기획부가 주도한 조사 전 과정을 주목했다.
KAL 858기 희생자 유족들은 "수색도 하지 않고 사고 원인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국가안전기획부는 KAL 858기 폭파사건을 북한에 의한 테러로 규정하고 홍보하는 등 '무지개 공작'을 기획했다"며 "정부가 무고한 115명의 생명을 이용한 잔악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폭파전문가인 심동수 상지대 겸임교수가 참석해 "김현희가 폭파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심 교수 등은 폭파 사고 당시 쓰인 폭발물이 북한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그간 국회 토론회 등에서도 △김현희가 주장한 표준제품(Composition C-4)과 사제폭탄인 비표준제품(PLX)의 혼합방식은 성공률 저하로 금기시 된다는 점 △PLX 폭탄은 미국 등에서 사용하는 폭탄 명칭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KAL 858기 폭파사건은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KAL 858기 희생자 유족들은 "각각 70년, 38년이 지난 제주 4·3사건과 광주 5·18 민주화 운동도 최근 진상 조사를 하지 않느냐"며 "31년 지난 KAL858기 사건도 국가적·국민적 재난이다. 형평성에 맞게 철저히 진상을 밝히고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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