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개봉 첫날 전국 11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개봉 당시만 하더라도 영화계는 이 같은 흥행을 예측하지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밴드 퀸과 프레디 머큐리지만 젊은 세대들에게 낯설뿐더러 라미 말렉, 귈림 리, 벤하디, 조셉 마젤로 등의 주연 배우들 역시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흥행 공식과 어긋나는 부분이 많았지만 ‘보헤미안 랩소디’는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며 점차적으로 관객수를 불려 나갔다. 주말 관객 역시 1주 차 주말보다 2주 차, 3주 차 주말 관객 수가 많았고 개봉 주 주말 5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에 이어 개봉 2주 차 주말에는 78만 명, 개봉 3주 차 주말에는 8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이례적인 흥행 역주행으로 이목을 끌었다. 특히 지난 2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날(19일) 13만 5604명의 관객을 모아 누적관객수 327만 3647명을 동원해 개봉 4주 만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주중 영화 흥행작인 ‘비긴 어게인’(342만 명)과 ‘라라랜드’(359만 명)의 누적 관객 수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국내 홍보 담당자는 이 같은 영화 흥행은 “퀸의 음악이 가진 힘”덕분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기대작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중장년층 세대가 주 관람객일 것으로 예측했지만 오히려 개봉 후 수능을 마친 수험생·20대 등 젊은 세대들이 영화를 많이 찾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 관객들은 ‘퀸은 모르지만 이미 나는 퀸의 음악을 알고 있었다’며 작품에 쉽게 접근하더라. 영화 관람 후에는 퀸과 프레디 머큐리를 찾아보는 등 이른바 ‘입덕’(어떤 분야에 푹 빠져 마니아가 되기 시작했다는 뜻의 신조어)을 시작했다는 반응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세대와 상관없이 영화를 즐기는 것도 흥행 이유겠지만 ‘입덕’을 시작한 팬들의 N차 관람 때문에 흥행 뒷심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본다. 마치 공연을 즐기듯 영화를 재관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퀸의 음악에 매료된 관객들로 인해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화 상영 중 노래가 나올 때 관객이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자막을 넣은 상영 방식인 ‘싱어롱 버전’도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멀티플렉스 3사가 이례적으로 이벤트성이 아닌 상영관을 오픈했고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 행렬을 이루는 등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관계자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단순히 보고 듣는 영화가 아니라 체험하는 영화로 발전한 건 ‘싱어롱 상영회’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만을 위해 제작된 버전은 아니지만, 해외보다 국내 반응이 굉장히 뜨거운 것으로 알고 있다. 20세기폭스 본사에서도 ‘한국에서 싱어롱 버전이 왜 이리 인기가 많냐’며 신기해하는 반응이다. 우리나라 ‘떼창’(큰 무리의 구성원들이 같은 노래를 동시에 부르는 것) 문화와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거들었다.
앞서 미국 최대 방송사 ABC뉴스도 한국의 퀸 신드롬에 주목, “한국에서 퀸의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싱어롱 버전이 상영되고 있으며 관객들은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 속에서 ‘떼창’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영화관 메가박스 관계자는 “현장·관객 성향마다 다르지만 싱어롱 상영회는 자유롭게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어서 열기가 뜨겁다. 영화가 사운드가 중요하고 공연 장면을 즐기고자 하는 관객들도 많아서 사운드를 중요시 여기는 특별관이 굉장히 인기”라며 싱어롱 상영회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대한민국에 불어닥친 퀸 신드롬은 현재 문화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영화 OST는 예스24·인터파크 등에서 OST 부문 1위를 차지했고 유니버설뮤직 산하 머천다이즈브랜드 브라바도는 최근 퀸의 대표 앨범 커버 아트를 담은 티셔츠 7종을 재발매했다. 메가박스 역시 ‘보헤미안 랩소디’ 흥행으로 1991년 11월 24일 45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던 프레디 머큐리를 위한 메모리얼 상영회를 단독으로 개최한다. 오는 24일 단 하루 전국 8개 지점에서 ‘MX 돌비 애트모스 메모리얼 상영회’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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