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차이나 포커스] A·B·C·D·R로 성장하는 중국 광군제, 한국 쇼핑데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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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입력 2018-11-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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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뭐 샀어요?”

글로벌 쇼핑축제로 자리매김한 11월 11일 중국 광군제(光棍節) 행사 이후 중국인이 처음 만나 인사하는 멘트다. 광군제는 중국인의 소득증가와 그동안 억눌려 있었던 소비 욕구가 서구적 생활패턴으로 전환되면서 폭발한 대규모 온라인 쇼핑 행사다. 광군제는 이제 중국 시장을 넘어 200개 국가가 넘는 전세계인이 즐기고 공감하고 쇼핑하는 세계인의 축제로 성장한 듯하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광군제에서 알리바바는 하루에 무려 2135억 위안(약 35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전자상거래 2위 기업인 징둥닷컴은 1598억 위안(약 26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자상거래 1위와 2위 두 회사의 광군제 매출을 합하면 약 61조원에 달한다. 이처럼 광군제는 매년 매출기록을 갈아치우며 새로운 쇼핑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는 전년 대비 27% 매출 성장세를 보이며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1분 25초 만에 10억 달러, 1시간 48초 만에 1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작년 기록을 갈아치웠고 택배 물류량도 10억건이 훨씬 넘는다.

또한 이번 광군제는 알리바바가 4차 산업혁명 기술과 문화를 쇼핑에 접목시킨 첫 번째 해였다. ‘A·B·C·D·R’로 요약되는 산업 간 융합이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쇼핑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A(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는 알리바바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다. 이번 광군제 행사 때도 AI를 적극 활용하여 소비자 기호 및 소비패턴에 맞는 상품을 추천했고, 고객 상담·트래픽 관리·광고 디자인 시스템에도 AI 기술이 적용됐다. B(블록체인, Blockchain)의 경우도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이 짝퉁·위조제품에 대한 불신을 없애기 위해 블록체인 원산지 기술을 처음 사용했다. 이번 광군제 물량 중 약 10%에 해당하는 1억5000만건 정도가 블록체인 추적기술을 통해 화장품, 건강식품, 주류 등 위조 제품을 판별하는 데 사용됐다. 지불 결제에도 블록체인 및 바이오 인식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문인식과 얼굴인식 등 다양한 방식의 지불 결제방식이 도입됐다.

C(콘텐츠, Contents) 또한 중국 광군제의 경쟁력으로서 다양한 스토리와 쇼핑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광군제 컬처의 확립이다. 광군제 전야제 행사인 갈라쇼의 시청률도 매우 높다. TV 방송과 온라인 동영상으로 생중계되는 광군제 갈라쇼의 경우 세계적인 배우 및 스포츠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이번 10회 광군제의 경우 머라이어 캐리 및 세계적 서커스단인 ‘태양의 서커스’ 등이 참가했고, 다양한 게임 및 공연이 진행됐다. 단순한 쇼핑행사가 아닌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미시켜 전세계인들이 즐기고 함께 호흡하는 진정한 쇼핑 축제 행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D(데이터, Data)는 AI와 함께 알리바바의 기업경쟁력 핵심이다. 알리바바의 5억명이 넘는 빅데이터가 AI 기술과 결합해 쇼핑 시장을 더욱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지난 10년간 5억명의 쇼핑 데이터를 분석해, 각종 소비유통 서비스에 적용한다. 계절별 인기 상품과 특징, 매출이 집중되는 시기, 소비자층과 구매 시간대 등의 쇼핑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여기에 브랜드 평가점수와 소비자 상품리뷰까지 보완하여 광군제 소비자 맞춤형 예약 판매제를 운영했다.

R(로봇, Robot)의 경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로봇을 활용한 물류 시스템 도입이다. 알리바바는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에 차이냐오(菜鳥) IoT(사물인터넷) 미래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약 700대의 로봇이 물류배송을 진행하는 중국 최대의 스마트 로봇 물류센터를 적극 활용해 주문 배달 후 10분 만에 첫 배송 완료 기록을 세웠다. 무인배달 로봇인 G Plus도 이번 광군제 때 부분적으로 접목됐다. G Plus 로봇은 ‘라이다(Lidar)’를 사용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내장돼 있어 주위 사람과 자동차를 알아서 감지하고, 운영되는 자율 주행 로봇이다.

‘A·B·C·D·R’로 무장한 광군제가 한국 소비자까지 흡수하며, 점차 그 세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한국 쇼핑데이의 발걸음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한국에서 11월은 쇼핑의 비수기로 통했다. 3년 전인 2015년부터 내수 진작 및 한류를 겨냥해 코리아 그랜드세일과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진행했고, 2016년 이후로는 정부가 본격적인 예산을 투입하면서 두 행사를 하나로 통합한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매년 실시되면서 11월이 쇼핑의 성수기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해외직구로 눈을 돌린 국내 소비자를 잡기 위한 연중 최대 규모의 세일을 내걸고 중국과 미국에 맞서 맞불 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 쇼핑데이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는 듯하다. 국내 소비자 중심이다 보니 가격할인 폭도 광군제 대비 크지 않고, 정부 주도의 획일화된 쇼핑 행사로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도도 떨어진다. 게다가 광군제처럼 기타 산업 및 기술과의 융합도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

쇼핑축제도 글로벌화가 필요하다. 해외직구를 하는 국내 소비자와 중국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일타이피(one shot two kill)'의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이번 광군제 때도 중국 소비자들은 전세계 상품 중 일본, 미국에 이어 한국 상품을 세 번째로 많이 구매했다. 화장품, 가공식품, 패션, 소형가전 등 대부분의 국내 소비재 기업들도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그만큼 한국 제품이 경쟁력이 있다는 애기이고, 글로벌화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코리아세일페스타가 국내 행사를 넘어 글로벌 쇼핑데이로 성장할 수 있는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박승찬 소장/교수
중국 칭화대 경영학 박사
전)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 경제통상관
전) 미국 듀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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