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아래 참혹한 인권침해가 벌어졌던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이 30여년 만에 대법원 재판을 통해 이뤄진다.
20일 대검찰청은 "문무일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관련 피해자들에게 강제 노역 및 가혹 행위를 한 형제복지원 원장의 특수감금죄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법령에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비상상고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비상상고는 확정된 형사 판결에서 위법한 사항이 발견됐을 때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도록 하는 비상구제절차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을 수용한다는 명분으로 시민들을 불법 감금해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성폭행 등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12년간 운영되면서 최소 513명이 사망했고, 이들의 주검은 암매장 되거나 사라져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린다.
검찰은 지난 1987년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을 불법감금 혐의 등으로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1989년 박 원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 9월 문 총장에게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상상고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해당 사건은 위헌인 내무부 훈령 410호가 유효함을 직접적 근거로 삼아 특수감금 행위를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봐 무죄를 선고했다"면서 "확정판결이 심판의 법령위반이 있는 경우인 만큼 비상상고의 대상이 된다"고 신청이유를 밝혔다.
당시 내무부 훈령(부랑인을 임의로 단속할 수 있게 하고, 수용인들의 동의나 수용기한도 없이 수용시설에 유치하도록 한다)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이 훈령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한 판결은 다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형제복지원 재판이 열렸던 1987년 이후 31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이 나온 지 29년 만에 다시 대법원의 사건 심리가 이뤄지게 됐다.
다만 대법원 심리를 통해 결과가 바뀌더라도 이미 확정된 무죄의 효력은 바뀌지 않는다.
대법원은 검찰의 비상상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면 무죄를 선고한 원 판결을 파기할 수는 있지만, 그 효력이 이미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에게는 미치지 않는다.
비상상고된 사건은 대법원에서 단심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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