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회의 석상에서 미국과 중국이 지재권 침해, 불공정 무역행위 등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열린 WTO 분쟁해결기구 회의에서 미국은 중국이 WTO를 악용해 비(非)시장적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중국은 미국이 오히려 WTO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데니스 셰어 WTO 미국 대사는 "중국이 WTO를 악용해 비시장정책을 취하고 있다"며 "이것이 글로벌 시장을 왜곡해 철강, 알루미늄 산업 등 방면에서 대규모 공급과잉 문제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장샹천(張向晨) WTO 주재 중국 대사는 "중국은 비방전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며 "미국의 중국 경제에 대한 주장은 근거없는 것으로, 이는 미국의 WTO 규정 위반 행위를 덮기 위함"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주장은 위선적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의 수입량 증가가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수입제한을 허용하는 미국 통상확대법 232조를 발동, 올 3월부터 중국 등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노르웨이, 러시아, 터키 등은 미국을 제소했고, WTO는 이날 개최한 분쟁해결기구 회의에서 패널 설치에 합의했다.
동시에 현재 미국은 중국이 WTO 지재권 보호 관련 합의를 위반했다고도 WTO에 제소한 상태다.
셰어 대사는 WTO는 국가안보 문제와 관련해서 예외조항을 허용하는 만큼 중국, EU, 캐나다, 멕시코, 노르웨이, 러시아, 터키가 제기한 소송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WTO 회원국은 이런 상황에서 국가안보 위협을 내세우는 게 국제무역 질서를 파괴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그건 잘못된, 완전히 낙후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제 무역질서를 위협하고 있는 건 중국"이라며 "중국이 WTO 분쟁해결기구를 이용해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응하는 회원국의 행동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장 대사는 미국의 지재권 침해와 관련 중국을 WTO에 제소한 것과 관련해 이는 신뢰가 결여돼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자국의 지재권 보호가 최고라고 여기고 있지만 지난 2004년 미국의 '무역관련 지재권협정(TRIPS)' 위반 안건이 아직도 미해결 상태로, 미국이 이 안건의 판결을 14년간 미뤄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장 대사는 "중국은 TRIPS 협정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그렇지 않다"며 "미국이 TRIPS 협정 의무를 완전히 성실히 이행하기 전까지 미국의 주장은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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