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대 규모의 말레이시아 비리 의혹(1MDB 스캔들)의 파장이 미국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덮치고 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아부다비국부펀드(IPIC)와 자회사 아바르(Aabar)는 뉴욕 법원에서 골드만삭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골드만삭스가 IPIC와 아바르의 고위 간부들에게 뇌물을 제공함으로써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유도해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IPIC와 아바르는 회사의 이름과 기반 시설이 1MDB 스캔들과 연루돼 남용됐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피해액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소송의 세부내용을 확인 중에 있으며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소식은 이달 초 미국 법무부가 1MDB 스캔들 연루 혐의로 골드만삭스 전 임직원 2명과 말레이시아 금융업자 1명을 기소했다는 소식에 이어 나온 것이다. 이후 로이드 블랭크파인 전 골드만삭스 CEO도 1MDB 스캔들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번지는 등 골드만삭스의 조직적 개입에 대한 의심도 짙어지고 있다.
1MDB 스캔들은 말레이시아 정재계를 뒤흔든 최악의 비리 의혹을 말한다.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인프라 구축과 경제 개발을 목표로 2009년 국영투자기업 1MDB를 세웠는데, 라작 총리와 측근들은 1MDB의 기금을 개인 자산처럼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자금 규모는 약 45억 달러(약 5조7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골드만삭스는 1MDB 설립과 채권 발행과 판매에 자문을 제공했다.
미국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1MDB가 채권 발행을 통해 65억 달러를 조달하도록 도운 뒤 수수료로 약 6억 달러를 챙겼다. 일반적으로 국영기업과의 계약에서 받는 수수료에 비해 훨씬 많은 액수다.
골드만삭스는 1MDB와 관련해 뇌물이나 횡령 등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며 개인 일탈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앞서 미국 법무부에 기소된 팀 라이스너 전 골드만삭스 동남아사업부 대표는 금융 비리 혐의를 인정하면서 기밀을 엄수하도록 하는 사내 문화로 인해 지금까지 이를 감춰야 했다고 밝혔다.
1MDB 스캔들에서 골드만삭스의 역할에 대한 의혹이 커지면서 골드만삭스의 주가도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에만 14% 떨어졌고, 올초 대비로는 24% 미끄러졌다.
앨리슨 윌리엄스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미국 사법당국과 1MDB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는 리스크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벳시 그래섹 애널리스트는 "1MDB 수사가 얼마나 계속될지, 그로 인해 골드만삭스가 받을 벌금이 얼마나 될지 등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골드만삭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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