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이 감소하는 가운데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으로선 비용 절감을 위한 선택과 집중의 결과이지만, 지방 고객들 입장에서는 금융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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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아주경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9월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은행 등 5개 은행의 지점 수는 총 4198개(출장소 포함)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개 감소했다.
신한은행(30개), KEB하나은행(23개), 국민은행(10개)의 지점이 감소한 가운데 기업은행은 20개나 늘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같은 때보다 지점 수가 3개가 증가했다.
5개 은행 지점 대부분은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기·인천지역에만 2879개의 지점이 있었다. 전국 지점의 68.5%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셈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전국 지점 중 수도권 쏠림 비중이 73.6%로 가장 높았다. 나머지 4개 은행들도 64~69%대 비중을 보였다.
반면 제주도엔 24개, 강원도엔 66개의 지점만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부산·울산·경상도 등의 지역엔 693개 지점, 대전·세종·충청지역엔 341개, 광주·전남지역엔 각각 195개 지점이 자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은 돈이 흐르는 곳에 위치해 기업과 개인고객 수요와 규모에 따라 운영될 수밖에 없다"며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앞으로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각 지역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경상도 지역에선 국민은행 지점 수가 203개로 가장 많았지만, 지역별 비중도로 따지면 기업은행이 19.7%로 가장 높았다.
전라도 지역에서도 국민은행의 지점 수가 64개로 가장 많았고 은행별 비중으로도 국민은행이 6.1%로 높았다. 나머지 은행들은 31~34개 지점을 운영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충청지역에선 KEB하나은행이 두각을 나타냈다. KEB하나은행의 지점 수는 89곳으로 기업은행(37개)에 비해 2.4배 더 많다. 하나은행은 내부적으로도 충청권 비중이 11.7%로 은행들 중에 유일하게 두 자리수를 나타냈다.
앞으로는 은행들의 지점 폐쇄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은행 지점 폐쇄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지점이 없어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이 겪을 불편함을 최소화 하기 위해 '은행 지점 폐쇄절차 모범규준' 제정에 착수한 상태다.
금감원은 모범규준을 통해 은행이 지점을 폐쇄하기 전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그 결과 불편사항이 드러나면 이를 줄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하도록 할 방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지점 운영도 시장 논리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며 "은행이 커버하지 못하는 지역은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권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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