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황당했죠. 저희 공정상 아무리 거꾸로 다시 생각해봐도 불가능했거든요”
정재연 남양유업 세종 공장장은 최근 있었던 이물질 혼입 사태에 대해 선뜻 입을 떼지 못했다. 그는 이곳에서 직장생활을 시작, 부공장장까지 분유시스템 생산설비 실무를 도맡아 했다. 천안으로 잠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 4월 다시 온 지 6개월여 만에 이물질 사태가 터졌다. 25년간 남양유업에서 근무하며 결혼하고 자식 모두에게 이 회사 분유를 먹여 키운 자부심이 큰 그에겐 충격이었다.
남양유업이 세종 공장 설립 38년 만에 분유 생산 공정을 22일 완전히 공개했다. 소비자 대상 체험프로그램은 있었지만, 언론과 소비자에게 동시에 대대적으로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세종시 장군면에 위치한 남양유업은 전남 나주와 천안, 세종 등 총 다섯 군데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 가운데 ‘임페리얼’ 등 분유를 제조하는 곳은 세종 한 곳 뿐이다.
지난달 말 온라인상에선 남양유업의 ‘임페리얼 XO’ 제품에 코딱지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는 소비자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다. 수년 전 ‘갑의 횡포’ 사태를 겪어 내홍이 컸던 남양유업에게 또 한번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었다.
이에 남양유업 창사 이래 첫 외부에서 온 전문경영인으로 올 1월 취임한 이정인 대표는 공장 내부를 투명하게 보여주자는 결단을 내렸다.
실제로 이 공장은 아이가 먹는 분유를 제조하는 만큼, 일반 식품 제조공장 보다도 깐깐한 위생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흡연은 아예 공장 부지 바깥까지 나가야 가능했다. 위생복 착용 후 먼지 제거도 끈끈이 테이프 보다 효율적인 자동 흡착식 기계를 구비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건조기 챔버를 한번 청소하는 데만 물 300톤이 쓰인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이 분유제조 공장이 가정간편식이나 커피 등 그 어떤 식품공장 보다 자동화가 잘 돼 있다는 것이다. 모든 생산과정은 대부분 기계로 이뤄졌고, 사람은 여러 대의 컴퓨터 앞에서 효율적으로 그 기계를 체크하는 것뿐이었다. 이에 공장 근무자도 16명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이물질이 들어갈 수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1차로 거르는 이물질 거름망의 틈새만 해도 0.08㎜ 크기로 머리카락 한올을 세워서 통과시키기도 어려울 만큼 촘촘하다. 손바닥을 대봐도 색이 비치지 않을 정도였다. 앞서 분유에서 나왔다는 이물질은 이보다 훨씬 큰 2.4㎜ 길이의 코털과 코딱지다.
이정인 남양유업 대표는 “모든 분유제품은 원료 투입부터 제품 포장까지 전 공정을 자동화하고, 헤파필터와 양압 시스템, 엑스레이(X-ray) 검사기 등 최첨단 이물 제어 시스템 운영 등을 통해 의약품 제조설비 수준으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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