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임기 만료(12월 11일)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12월 중순으로 예정된 차기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누가 되느냐에 정치권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거대 보수야당의 품위와 격(格)을 다시 세울지, 이성·상식적인 대여(對與) 협상으로 나라를 제대로 이끄느냐 마느냐가 그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차기 원내지도부는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와 2020년 제21대 총선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당 내 여전한 친박-비박, 계파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이유다.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군은 5명이다. 나경원·유기준 의원(이상 4선), 강석호·김영우·김학용 의원(이상 3선) 등이다. 김영우·김학용 의원은 비박계 중 복당파, 강 의원은 비박계로 꼽힌다. 유 의원은 친박계로, 나 의원은 중립으로 분류된다.
판세는 안갯속이다. 당내 소속 의원들의 ‘비밀투표’로 승부가 결정지어지는 경선 특성상 선출 당일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아주경제는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의사를 밝힌 후보자들을 만나 출마의 변과 함께 향후 원내협상 전략과 한국당의 미래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엄동설한을 봄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 정 안 되면 제비 한 마리라도 날리겠다는 심정으로 나섰다.”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59, 부산 서·동구)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경선에 임하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며 제대로 ‘수권’을 경험해 본 유 의원은 현재 한국당 상황을 상당히 우려했다.
그는 “지금 당이 굉장히 어렵다. 계절로 말하면 겨울”이라며 “우리 당이 해가 중천에 떠서 좋은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해가 지는 황혼도 지나서 달도 없는 그믐이라고 보면 된다”고 비유했다.
유 의원은 정부·여당의 지지율 하락이 한국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를 ‘메시지 차단 현상’에서 찾고 메신저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야당의 전통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이 차기 수권정당으로서 위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메시지 차단 현상이 있는 것인데 메신저를 교체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지난 홍준표 전 대표 시절 바른정당에서 돌아온 ‘복당파’들이 당의 주류가 된 상황에서, 탄핵 당시에도 당을 떠나지 않았던 ‘잔류파’들이 다시금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유 의원은 잔류파를 ‘사수파’ 또는 ‘의리파’로 지칭했다.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으로 꼽히는 유 의원은 “지금 우리 당에는 계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어 “계파 보스가 있고 그 사람이 지시하면 복종하고 따르는 게 계파라고 한다면 우리 당에 무슨 계파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원내대표도 그렇고, 사무총장도 그렇고, 많은 당직을 그쪽 의원들이 맡은 것을 생각한다면 복당파라는 계파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재도전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가만히 있다고 해가 다시 중천에 뜨지 않는다. 노력을 해야 한다. 당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고 정체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우리가 올라가야 하는데, 국민이 한국당을 대안정당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메시지 차단 현상이 있는 건데, 메신저가 제 기능을 못 해서 교체를 해줘야 한다. 원내대표 경선부터 지금까지 걸었던 길하고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
-원내대표가 된다면 중점을 둘 사안은.
“가장 먼저 전당대회 준비를 해야 한다. 전대가 흥행이 많이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는 게 첫 번째다. 그다음은 여당과 협상, 그리고 야당과의 협상이다. 이전엔 우리가 1대 1로 여당과 협상했다면 다당제 아래에선 야당과 협상도 중요하다. 정보를 잘 분석해야 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과거엔 장비 같은 돌파형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유비나 관우같이 지장·덕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선거제 개혁 등 큰 문제에 대한 견해는.
“개별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일단 우리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선행이 돼야 한다. 그걸 바탕으로 총의를 모아서 대여투쟁을 한다거나 협상을 해야 한다.”
-전임 김성태 원내지도부에 대해 평가한다면.
“대여투쟁을 열심히 한 건 인정한다. 그러나 국민과 소통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당의 목소리가 국민께 잘 전달이 되지 않는 메시지 차단 현상이 존재한다. 불필요한 정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원내대표답게 국민을 위해서 정책과 비전 제시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정 계파색이 짙은 사람은 출마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있다.
“지금 우리 당엔 계파가 존재하지 않는다. 전에 어느 쪽에 속했다고 할지 모르지만 내가 어느 계파라고 말하는 의원은 없다. 다만 우리 당에 혹시 계파가 있다면 복당파라는 계파는 있을 수 있다. 복당파가 자제해야 하는데 당직을 자기들끼리 독점하고 있다. 복당파라는 계파는 있을 수 있다고 보이고, 잔류파라는 계파는 말이 안 된다.”
-당원권 정지 해제가 경선 이슈로 떠올랐다.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 정지라는 규정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이분들 입장에선 당이 자신을 버렸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한편으론 기소가 됐음에도 당원권 정지가 안 된 의원들이 있다. 다른 당에 있을 때 기소돼 입당해 안 돼 있다. 묶으려면 다 묶고 푼다면 무죄추정 법리에 따라 다 풀어야 한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의 인적 쇄신 작업을 어떻게 보나.
“그 자체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원에 당선되면 4년 임기를 보장받는다. 당협위원장을 겸임하는 게 맞다. 국민의 신임을 얻었는데 당이 잣대를 들이대서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게 국민 의사에 반대되는 일이라고 본다.”
-황교안 전 총리와의 연이 깊다. 입당할 것 같은가.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눴다. 당에 입당하는 일이나, 입당한 이후에 어떤 역할 할 건지, 내년 전대 출마 가능성이 있는지. (황 전 총리가) 이런 부분은 구체적으로 답변하진 않았다. 지난번 메시지는 ‘내가 외곽에서 보수 세력의 부활을 위해 열심히 돕겠다’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등판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총선도 있고 재·보선도 있고 기회가 있으니까 심도 있는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유기준 의원 프로필
△1959년 부산 △동아고 △서울대 법학 △제25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15기 △미국 뉴욕대학교 법학석사(LL.M)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한나라당 대변인 △한나라당 부산시당위원장 △새누리당 최고위원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장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제18대 해양수산부 장관 △제17·18·19·20대 국회의원(부산 서구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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