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중국의 과도한 애국주의에 고통 받는 지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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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8-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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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중국 상하이(上海) 엑스포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돌체앤가바나(D&G) 패션쇼 '더그레이드쇼'의 대형 안내문구가 철거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14억 인구가 만들어낸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중국은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다. 전 세계 산업계는 중국을 주요 시장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간혹 중국인의 과도한 민족·애국주의를 건드리는 실수를 범해 위기를 맞곤 한다. 최근 중국인을 비하한 홍보 영상을 공개해 중국에서 불매운동이라는 보복을 당하고 있는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돌체앤가바나(D&G)가 그 대표적인 예다.

D&G는 중국 여성 모델이 이탈리아 음식을 젓가락으로 우스꽝스럽게 먹는 장면이 담긴 홍보 영상물을 공개했다가 '인종차별' 논란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 연예인들은 21일 열릴 예정이었던 상하이(上海)패션쇼 보이콧과 불매운동을 선언하고, 알리바바 등 중국 주요 온라인 쇼핑몰도 D&G 제품 퇴출 운동에 동참했다. 이에 중국에서의 퇴출 위기를 느낀 D&G 측은 부랴부랴 공식 사과 영상을 내보냈지만, 중국인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D&G를 이끄는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는 공식 웨이보에 인종차별에 대한 사과 영상을 올렸다. 특히 이들은 중국어로 ‘두이부치(對不起,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며 사죄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이들의 사과는 가짜다. 정장 차림이 아닌 티셔츠 차림에 앞에 놓인 대본을 그냥 읽고 있는 것이 너무 티가 난다”며 “전 세계인이 보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는 왜 안 올리냐”고 꼬집었다. 이에 D&G 측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중문과 영문의 사과문을 다시 게재했다. 세계 최대 시장을 잃을 수 없다는 D&G 측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중국의 민족·애국주의는 갈수록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도가 과하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서양 기업 등 지구촌 곳곳이 고통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민족주의와 ‘보이콧 외교’가 글로벌 기업의 중요한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도 인종주의를 자극하는 광고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티베트, 위구르족 등 중국 내부의 인종주의에 대해선 별말이 없는 반면 해외 특히 서양 기업의 인종차별에 더 격하게 반응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중국의 한 세제회사가 흑인 비하 내용이 담긴 광고를 내보내 물의 빚었고, 올해 5월에는 중국의 한 축구선수가 중국 슈퍼리그에서 활약 중인 세네갈 선수 주포 뎀바 바를 향해 인종차별 공격을 해 논란이 일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중국인이 케냐인을 ‘원숭이’라고 부르는 인종차별 발언을 해 케냐 정부에 의해 강제 추방됐지만, 중국에선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았다.  

이번 D&G의 인종차별 사태에 대한 중국인의 거센 분노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저지른 인종차별적 행동에 대한 반성에 비해 조금은 과한 반응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유행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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