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화재현장에서 경찰,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2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KT 아현지사 건물 화재로 국민의 일상을 마비시킨 대규모 통신 마비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24일 오전 11시 12분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통신구에는 전화선 16만8000회선, 광케이블 220조(전선 세트)가 설치돼 있었으며, 건물 밖 통신구 위쪽에는 지상으로 이어지는 맨홀이 있다.
소방 당국은 총인원 210명과 장비 차량 62대를 투입해 불 끄기에 나섰고, 화재 신고가 접수된 지 10여 시간만인 오후 9시 26분에 완전히 불을 잡았다. 관계기관은 화재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자 전날에 이어 26일 합동감식에 나섰다.
◆ 피해규모는
이번 화재로 광케이블·동 케이블 150m를 태우는 등 80억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가 났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아현국사 회선을 쓰는 서울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 일대와 은평구·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에 통신 장애가 발생, KT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서비스 등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초고속인터넷 인터넷 가입한 피해자들은 21만5000명으로 파악된다. 피해 지역의 KT 이동통신 가입자는 약 66만명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피해 지역에 유동 인구가 많은 홍대와 신촌, 명동 등이 포함돼 있는 만큼 주말에 이 지역들을 찾았다가 휴대전화 서비스 장애를 겪은 고객들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KT 화재로 자영업자들이 입은 피해도 상당하다. 이번에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은 약 17만명으로 추산된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KT 아현지사 화재로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서울시 5개구 인구만 150만여명에 달한다”면서 “유무선 가입자 피애액과 카드결제 장애 관련 소상공인 피해까지 더해져 보상규모는 수백억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왜 백업 시스템이 없나
통신구의 경우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우회망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현행법과 제도에는 전국 단위의 서비스에만 백업 체계를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KT 아현지사는 A·B·C등급보다 중요하지 않은 D등급 시설로 분류돼 ‘백업 체계’를 갖추지 않았았다. 아현지사의 경우, 서울 마포와 서대문 등 일부 지역만 관할하기 때문에 백업 체계 의무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 사장은 지난 25일 서대문구 충정로 화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후부터 국가통신망과 주요 기업 통신망은 바로 백업했으나 아현지사는 화재가 발생한 데다 단선 체계라 백업이 늦어져 가입자를 일일이 접촉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오 사장은 “통신국사가 전국망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정부가 A·B·C·D 4등급으로 나누는데 여기는 D등급이다. A·B·C 등급까진 백업이 돼서 통신구가 이원화되는데 D등급 국사는 백업체계 안 돼 있다”며 “백업한다는 건 사실 굉장히 많은 투자가 수반되고 이 부분은 아직 저희가 만들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처럼 망이 죽었을 때 타사 망을 쓰는 것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방화 가능성은
KT 화재는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화재 원인을 확인할 만한 장면은 찾아내지 못한 상태다.
경찰과 소방, KT, 한국전력 등 4개 기관은 25일 오전 10시30분부터 4시간가량 서울 서대문구 경기대로 KT 아현지사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했고, 그 결과 통신실 전기문제를 원인으로 추정했을 뿐 정확한 발화지점은 단정하지 못했다.
건물 3, 4층에 있는 통신실에서 지하 1층으로 이어지는 구리선과 통신구 광케이블이 연결되는 부위에서 불이 시작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유력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까지 나선 2차 합동감식에서는 본격적으로 각종 장비가 투입돼 정확한 발화 지점과 원인, 책임 소재를 따지는 정밀조사에 나선다.
방화 가능성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수사 여부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 보상은 어떻게
KT약관에 따르면, 사용자 책임없이 3시간 이상 연속, 1개월 누적시간 6시간을 초과해서 서비스를 받지 못한 경우 시간당 월정액과 부가사용료의 6배 금액을 배상하게 된다. 이에 피해를 입은 서울 5개 구와 경기 고양시 일부에서 KT 서비스 가입자들이 요금 감면을 받게 된다.
우선 KT는 아현지사 화재로 피해를 입은 자사 고객들에게 보상 차원에서 1개월 요금을 감면해주기로 결정했다.
KT는 피해 지역 거주자가 아니더라도 피해 지역에 장시간 머무른 것으로 확인된다면 감면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밖에도 KT는 자영업자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책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통신 업계 약관에는 자영업자 매출 감소 등 간접 피해 보상에 대한 규정은 없어 KT의 자발적인 보상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KB증권은 KT 아현 지사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KT가 무선·초고속인터넷·IPTV 가입자에 총 317억원을 보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올해 4분기 KT의 영업이익 평균 추정치의 16.1% 수준이다.
우선 무선 가입자에 대한 보상액은 239억원으로 추정된다. 김준섭 연구원은 “피해 지역 내 이동통신 가입자가 66만명으로 추정되는 점, 지난 3분기 KT의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가 3만5217원임을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에 대한 보상액은 43억원으로 추정된다. 해당 지역 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가입자 21만5000명이 통상적으로 월 2만원 요금제에 가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 수치다. IPTV 가입자에 대한 보상액은 35억원으로 추정된다. 김 연구원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80%가 IPTV에 가입했으며 통상 월 2만원 요금제를 사용하는 사실을 감안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 복구엔 얼마나 걸리나
KT는 이날 오전 8시 기준 이동전화는 80%, 인터넷은 98% 복구됐다고 밝혔다. KT는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완전한 정상화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밝히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방당국은 타버린 지하 통신선과 장비들을 새로 교체하는 완전 복구 작업은 일주일 가량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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