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전쟁이 이 나라 기술산업 메카인 실리콘밸리를 '사선'으로 내몰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첨단산업 부문에서 중국의 발목을 잡으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수출통제정책이 결국 제 발등을 찍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문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미국 상무부가 '국가안보위협'을 명분으로 시장을 휘젓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상무부는 그동안 첨단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자국 기업의 수출통제를 강화해왔다. 중국이 자국 시장 진입 조건으로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지식재산권을 도둑질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대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핵심 표적으로 삼았다.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최근에도 인공지능(AI), 로봇공학을 비롯한 14개 신기술 분야에 대한 수출 통제를 검토 중이라며, 다음달 19일까지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새 수출통제 목록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이 수출통제조치로 자국 산업 보호를 강조하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더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잠재력이 큰 중국 시장 진출길이 막혀 버렸을 뿐 아니라, 중국 자본에 손을 벌리기 어려워 졌고, 경쟁상대도 잃게 됐다는 불만이 크다.
미국 기술업계 로비단체인 BSA소프트웨어얼라이언스의 크리스천 트론코소 정책 책임자는 "미국 기업과 연구진에 대한 일방적인 수출통제가 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과도한 수출통제는 경제번영에 꼭 필요한 혁신을 방해해 미국의 국가안보를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의 대중 기술수출통제가 미래 기술 지배권을 둘러싼 진짜 경쟁의 일환이라고 본다고 FT는 지적했다. 지금의 갈등 구조가 구조적인 문제라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미국 위기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폴 트리올로 지정공학 책임자는 "무역전쟁은 본질적으로 기술전쟁이었다"며 "(미국) 행정부 내 공급사슬 보호론자들은 지난 30년간 중국과 아시아에 최적화한 기술공급사슬이 국가안보에 문제가 된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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