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사태로 인한 한·중간 경색국면이 지속되자, 그 공백을 일본이 가격 경쟁력으로 치고 들어왔습니다.”
중국의 전국 유통 판매망을 갖춘 현지법인인 ‘월드크로스’의 총투자자이면서 한국에서 유아용품 제조 및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중국인 우위 21세기 베이비월드 대표가 한마디로 답한 한국 상품의 현주소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 배치 이후, 시작된 중국의 보복 조치로 한국 상품이 중국 현지에서 외면을 받았다. 다만 최근 들어 중국이 사드 보복을 다소 해제하면서 한국 상품 판매를 비롯해 중국인의 단체 관광도 눈에 띄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사드 여파에 따른 반한 감정은 사그러졌다지만, 2년가량의 공백을 채워가기에는 출혈이 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최근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를 상대로 한 신남방정책을 펼쳐가고 있지만, 아직은 중국 수출 비중이 상당하다.
이렇다보니 대중 수출을 위한 경쟁력 확보는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로 꼽힌다.
◆“중국인, 이미 다른 국가 상품 찾는다”
우위 대표는 사드 여파가 다소 희석됐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여전히 중국내 한국 상품의 입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을 보였다.
우위 대표는 “재작년 후반기, 작년까지 사드 영향으로 인해 중국 현지에서 한국 상품이 타격을 많이 받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상품박람회에서조차 사드사태 이전 그 많던 한국상품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지금도 여파가 있는데, 상품을 판매하다가 중간에 끊기게 되면 다시 유통시장을 이어나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중국 내수시장에서는 한국상품과 비슷한 상품을 필요로 하는 만큼, 다른 국가의 상품에서 해답을 찾았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상품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 한국 상품이 사라졌다고 해서 중국 내수시장이 멈추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배도 암초가 있으면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게 인지상정이라는 게 우 대표의 얘기다. 이렇다보니 현 상황에서 사드 이전의 내수 수요를 한국 상품이 다시 가져가기에는 쉽지 않다는 게 우 대표의 시각이다.
그는 “(시장상황을 사드 사태 이전으로) 되돌리기가 어려을 것 같다”며 “다시 한국상품이 중국 내수시장에서 힘을 얻기 위해서는 특별한 계기가 필요한데,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 대표는 △뛰어난 품질 △독보적인 기술력 △가격 등 3가지 측면에서 한국 상품의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우 대표는 “한국상품도 중국인 입장에서는 수입제품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수입하고 소비하는 이유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며 “우선 한국상품이 뛰어난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품질 좋은 세계적인 브랜드의 경우, 가격이 비싸도 구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한국상품의 경우, 중국제품이 개발이나 디자인 등의 측면에서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있다”며 “여기에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런 3가지 측면에서 계기를 찾아야, 그동안 잃어버린 공백을 채워나갈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사드 여파가 풀리는 분위기이지만, 한국 상품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일본, 사드 공백기에 중국인 면세로 공략해”
중국 관광객의 방한행렬이 끊긴 상황에서, 일본이 중국의 관광시장을 공략해 왔다. 우위 대표는 “일본에 얼마 전 다녀왔는데, 그동안 일본에서 쇼핑을 하면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직접 체험해보니 그런 생각이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가 체감한 일본은 외국인 면세제도다. 우리나라 역시 면세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일본에서 우위 대표가 느낀 것은 일명 소규모 ‘구멍가게’조차, 외국인 면세 우대 서비스를 갖췄다는 점이다.
우 대표는 “일본은 작은 가게에 들어가도 여권을 제공하면 면세혜택을 준다”며 “한국과는 모습이 다르다. 최근에는 한국의 지방도시로 중국인 또는 외국인이 많이 찾아가는데, 그런 상점이 많지 않아 바가지를 쓰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일반 상점에 대한 외국인 면세서비스는 ‘사후면세점 시장’으로 불린다. 국내에서도 최근 7년 만에 이 시장은 19배가량 확대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 들어선 사후면세점은 1만7793곳에 달한다.
지난 2010년 929곳과 비교해 19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외국인 관광객에게 세금을 돌려주는 환급창구운영사업자 역시 같은 기간 동안 4.25배가량 늘었다. 현재 사후면세점의 67.4%가 수도권지역에 집중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우 대표는 “자유여행이 활발해지면서 수도권이 아닌, 지방도시 등을 찾는 중국인이 많아졌다”며 “지방에는 사후면세점이 부족한 상황이며, 수도권에도 사후면세점을 잘 알지 못하는 사업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 백화점이나 지하상가, 특정 상권 개념으로 사후면세점을 운영하면 시장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여행을 가도 대부분이 쇼핑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런 디테일을 통해 관광객 유치사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현지 온라인마켓 이용하지 말아야”
중국의 온라인마켓은 그동안 천문학적인 규모로 성장해 왔다. 한국 사업자들 역시 이 같은 중국 내 온라인마켓 시장을 이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위 대표는 “현 시점에서 중국 현지 온라인마켓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어려운 점이 많다”며 “많은 사업자들이 중국으로 상품을 가져와 온라인 사이트에 올리는데, 진품을 구별하는 게 쉽지 않아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초기에 브랜드 평판이 좋아지고 상품 구매력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이후에는 일명 ‘짝퉁’제품 때문에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우 대표는 “2016년 초반 한국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 상품이 중국 온라인 마켓에서 엄청나게 팔렸다”며 “그런데 당시 해당 업체가 내놓은 물량보다 더 많은 물량이 시장에서 판매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해당 업체가 수천만원어치의 상품을 중국 온라인 마켓에서 구매해 화장품 성분을 조사한 결과, 95%가 짝퉁 제품인 것이 드러났다고 그는 전했다.
우 대표는 “한국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중국에 가져가 온라인 마켓에 올리면 답이 안 나온다”며 “적발을 해도 계속 짝퉁상품이 나온다”고 경고했다.
실제 중국에서 열린 한국상품박람회에서 마스크팩을 구매해 사용하다, 얼굴 변색이 생긴 경험을 떠올렸다. 나중에 제품 뒷면을 보니, 한국산 진품과 내용이 조금 다른 것이 확인됐다며 씁쓸한 기억을 털어놓기도 했다.
해결책도 제시했다. 우 대표는 “차라리 한국에 있는 유명 온라인 마켓에 먼저 상품을 올려, 브랜드 입지를 높이는 게 좋다. 인터넷 검색이 되기 때문에 중국인도 다 안다”며 “다음으로 중국인의 직구매 수요를 맞춰 판매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일명 보따리상인 ‘따이공’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출 조력자로 꼽는다. 우 대표는 “따이공들이 주로 화장품을 중국시장으로 많이 가져간다. 이들을 통한 수출이 총량 측면에서 보면 상당하다”며 “새로운 아이템을 고민해볼 생각이라면, 따이공들이 무엇을 가져가는지를 잘 살펴보면 좋다”고 귀띔했다.
◆여전히 한국업체에 붙는 꼬리표 '불신'
우위 대표는 “중국 현지 바이어들과 얘기해보면, 한국에 대해 많은 얘기가 나온다”면서 “그중에 많이 나오는 말이 한국 사업자들은 신용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 바이어들이 중국시장에서 독점 판매를 요청하지만, 제품 선호도가 높으면 다른 경쟁자에게도 상품을 준다는 얘기다.
우 대표는 “잘 팔리면 한국 공급자가 계속 가격을 올린다”며 “저 역시 당초 자체 제품이 없어 한국상품을 유통했는데, 시장반응이 좋아지면 끊임없이 가격을 올리는 바람에 나중에는 현지에서도 너무 비싼 상품이 되고 마진율도 높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업체에 대한 이 같은 불신은 사드 여파와 함께, 한국 상품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우 대표의 시각이다.
그는 “지인이 상하이에서 수입통관업체에서 일하는데, 중국으로 수입되는 한국 상품은 거의 없다고 얘기한다”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엄청난 물량이 중국으로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남아 제품이 한국의 주요 생필품 등을 대체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우 대표는 “대기업이 아닌, 한국 중소기업의 물품이 중국으로 가는 길이 막혀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에서도 판매가 되지 않고 중국 길도 열리지 않을 경우, 한국 중소기업이 살아날 길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이런 점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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