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통신대란을 일으킨 KT 아현지사 화재 사태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정부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을 후속 대책에 이목이 쏠린다.
과기정통부는 27일 재난 상황 발생 공동 대응과 관련해 통신 관련 부처와 통신사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민원기 과기정통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한 TF에선 사고 시 △정부와 통신사의 협력안 △매뉴얼 개선 등에 대해 논의한다. 특히 매뉴얼 개선 부분은 기존의 등급제와 관련해 등급 기준을 강화하는 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통신지사들은 A·B·C·D 등급으로 지정돼 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KT 아현지사는 백업이 필요없는 D등급으로 분류됐지만, 서울 서대문·중·마포구 일대로 연결된 16만8000 유선회로와 광케이블 220세트가 설치된 이른바 이른바 '허브(hub) 지사'였다. 이번처럼 낮은 등급의 통신 시자의 통신망이 훼손됐더라도 향후에는 다른 망을 거쳐 우회할 수 있도록 이중화 작업이 가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과기정통부는 통신사가 자체 점검하는 D급 통신시설을 포함해 중요 통신시설 전체를 대상으로 실태 점검에 착수해 연말까지 통신망 안전대책을 수립한다. 소방법상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은 500m 미만 통신구의 경우에도 통신사와 협의해 CCTV, 스프링클러 등 화재 방지시설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재해 발생 시 피해 최소화를 위해 통신 3사 간 이동 기지국 및 와이파이를 상호 지원하는 등의 대응책 마련도 적극 검토중이다.
이밖에도 업계에서는 정부가 통신망 관리에 대한 보다 엄격한 법규를 적용해야한다고 지적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통신망 관리는 사기업의 BCM(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사업 지속 매니지먼트) 및 BCP(Business Continuity Plan: 사업 지속 계획)에 의존했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간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확고한 규제가 있어야한다”면서 “통신망 훼손시 매뉴얼을 비롯해 지속서비스 계획 수립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한 “정부는 사업자들끼리의 우회망 협력과 통신사업자의 백업망 구성에 있어서 적극적인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면서 “향후 통신 마비에 따른 보상안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지표를 개발해서 지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로 명동·홍대 등 인근 지역에서 영업에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은 약 17만명으로, 피해 규모는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이 적정한 보상을 받기 위해선 무엇보다 화재 원인 파악이 중요하다.
이용명 법무법인 민 변호사는 “이번 화재로 자영업자의 피해가 제일 크다”면서 “이들이 우선 보상을 받으려면 KT가 과실이 얼마나 있는지를 밝혀야 하고, 자영업자의 손해와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 증명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입증 책임이 제일 어렵다”면서 “정부의 화재 조사 결과가 공보 형태로 명명백백하게 나와야 보상을 받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의 후속 대책으로 통신 서비스 약관 지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지금까지의 통신 서비스 약관에 따른 피해보상은 통신료 일부 감면에 그치고 있다”면서 “소명자료를 제출하면 구체적인 보상을 해준다는 등 유사 사고 발생 시 약관 강화를 통해 예방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도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KT의 1개월 통신요금 감면은 답이 아니”라며 “피해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임을 감안해서 이에 대한 방안까지도 정부가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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