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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선택"…저출산 늪에 빠진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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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11-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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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주요국 출산율 급락…'베이비 버스트' 공포

[사진=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한 부동산회사에서 홍보 전문가로 일하는 에바 정(33·여)에게 결혼은 필수가 아니다. 성공적인 경력과 대도시 아파트, 자동차 등 중국에서 이상적인 남성 배우자의 조건으로 여기는 모든 걸 갖춘 그녀에겐 현재 삶이 충분히 행복하기 때문이다. 정은 "어렸을 때는 여성이라면 결혼하고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른이 된 뒤 다른 인생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자매 주간지 닛케이아시안리뷰(NAR)는 최근 정의 사례가 아시아지역 전반에서 두드러진 급격한 사회상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 덕분에 여성들이 전보다 더 나은 교육을 받고, 일자리 기회를 거머쥐면서 결혼을 미루는 추세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NAR은 이 같은 변화가 여성의 권리 측면에서는 큰 승리임이 자명하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도전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출산율이 급락하는 '베이비 버스트(baby bust)'의 역풍 탓이다. 출산율 저하는 노동력 부족을 야기하고, 사회복지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 NAR은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이젠 일본뿐 아니라 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지역에 전반에 고질적인 문제로 부상했다고 경고했다.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이른바 합계출산율은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이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 수준 미만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합계출산율이 낮아지는 건 세계적인 추세지만, 아시아 등지 신흥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비가 잘 안 돼 있다고 지적한다. 역풍이 더 클 수 있다는 말이다.

일본 싱크탱크인 NLI리서치의 사이토 마코토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신흥국은 경제성장에 우선순위를 두느라 사회보장시스템 설계를 미뤄왔다"고 꼬집었다.

중국 지도부는 최근 '한 자녀 정책'으로 상징되는 산아제한정책을 완화하고 있다. 2013년에는 부모 중 어느 한 쪽이라도 형제가 없으면 아이를 두 명까지 낳을 수 있게 했고, 2016년에는 모든 부부에게 두 자녀를 허용했다. 덕분에 2016년 출생아 수가 1786만명으로 131만명 늘었지만, 이듬해엔 1723만명으로 다시 감소했다. NAR은 젊은 근로자, 특히 대도시에서 일하는 이들이 결혼을 미룬 탓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중국인들이 결혼을 미루는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어울리는 상대를 찾는 게 너무 어려워서', '책임이 너무 부담돼서', '독신생활이 즐거워서' 등이다. 

2013년 이전만 해도 중국의 초혼연령은 평균 20~24세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25~29세로 높아졌다. 상하이를 비롯한 해안 대도시에서는 이미 30세를 넘어섰다.

싱가포르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10년 전에 비해 미혼 인구 비중이 모든 연령대에서 급격히 높아졌다. 25~29세 여성 가운데는 2007년 52.2%였던 미혼 인구가 지난해 64.6%로 증가했다. 같은 나이대의 미혼 남성 비중도 75.0%에서 78.8%로 높아졌다.

태국에서도 만혼 추세가 돋보인다. 남성의 초혼연령은 1960년 평균 25세에서 2010년에는 28.3세로 높아졌다. 여성도 같은 기간 22.1세에서 23.7세로 초혼시기를 늦췄다. NAR은 최근 20대 후반의 태국 여성 절반 이상이 학사학위와 일자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 결혼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홍콩에서는 막대한 비용 부담이 결혼의 장애물로 꼽힌다. 예물, 피로연, 신혼여행을 비롯한 결혼비용이 올해 평균 36만557홍콩달러(약 5200만원)에 달했다. 천문학적인 주택가격 부담도 감당하기 어렵다. 홍콩의 한 결혼서비스업체가 최근 2년간 결혼한 1400쌍을 상대로 지난해 설문조사한 결과, 3분의1 가까이가 부모 집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10년 전에 비해 동거 비중이 2배나 높아졌다.

일본은 인구가 2008년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줄고 있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초고령화 속도는 빨라지면서 인력난 속에 사회복지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월 복지비용이 2040회계연도에 190조엔(약 1887조원), 국내총생산(GDP)의 24%에 이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전문가들은 미혼 고령자는 치매 등에 더 쉽게 노출돼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가 서둘러 베이비 버스트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싱가포르 정부가 2013년 남성 출산 휴가 제도를 도입하고, 지난해 그 기간을 2주로 2배 늘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정부는 산아제한정책 전면 철폐를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산아제한' 부처를 없애고 '고령화' 부처를 신설하는 등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표명했다. 일본에서는 일과 육아의 균형을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는 일자리 개혁이 화두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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