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악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이 키워드로 부상했다. 국내외 음원 서비스 사업자들이 AI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음원 순위 조작 논란의 대안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도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음원 플랫폼 사업자들이 A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가 AI 추천을 내세운 새로운 음악 서비스 ‘바이브’를 지난 6월 선보이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바이브는 차트 위주의 기존 음원 플랫폼과 달리, 이용자의 취향에 맞춰 음악 서비스를 제공한다. 네이버는 그동안 축적해온 AI 추천 기술과 노하우를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멜론은 지난 4월 카카오톡 채팅방 내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검색·추천해 주는 AI 기반 뮤직 봇을 출시했다. 멜론 사용 이력을 기반으로 이용자에게 맞춤 선곡을 한다. 지니뮤직은 AI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앱을 개편했고, 벅스 역시 삼성전자와 함께 AI 기반 음악 서비스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도 AI를 통한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노래와 가수를 추천하는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음원 서비스에 AI가 속속 적용되는 이유는 두 분야의 결합 시너지가 크기 때문이다. 음원은 다른 콘텐츠보다 개인의 취향이 뚜렷하게 반영되는 대표적인 콘텐츠다. 이용자의 음원 감상패턴 데이터가 쌓일수록 AI를 통한 정교한 추천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콘텐츠와 AI의 결합은 다른 분야에서 검증되고 있다. 최근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의 글로벌 콘텐츠 포털 라인투데이의 일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AI 콘텐츠 추천 시스템 에어스(AiRS) 버킷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기존의 시스템이 제공한 영역보다 AiRS가 추천한 영역에서 발생한 문서 클릭양이 평균 40% 증가했다. 지난 2월 모바일 뉴스판에 적용된 ‘에어스 추천 뉴스’ 베타 서비스 결과, 1인당 뉴스 소비량이 이전보다 30%에서 최대 40% 증가하기도 했다. 쇼핑 영역에 적용한 AI 상품 추천 시스템 에이아이템스(AiTEMS) 또한 지난해 9월 대비 올해 1월 노출 상품 수가 10배, 쇼핑몰 수는 2배 늘었다. 이용자들의 클릭 수도 11배가량 늘었다.
또한 AI 스피커나 차량용 플랫폼 IVI와 같은 디바이스의 다양화로 모바일이 중심이 되던 음악 감상 환경이 가정과 차량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점 역시 AI 적용 흐름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나스미디어에 따르면 올 한 해 국내 보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AI 스피커는 총 300만대로, 지난해 대비 3배 증가했다. AI 스피커의 주요 이용 용도는 음악 재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AI가 결합된 음원 서비스가 그간 차트 위로 오르지 못한 아티스트들과 곡들을 발굴하는 계기가 되고, 소위 차트 조작 역시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서비스들과의 경쟁을 위해 국내 음원 서비스들도 AI 도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개인의 취향이 강한 음원의 특성과 기술 발전 양상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AI의 도입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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