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마크가 없었다면 우리는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물건을 살 때마다 매번 ‘이 제품이 안전하고 좋은 제품’인지 확인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많은 발품을 팔아야 했다. 엄청난 시간적, 금전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대표적인 공공 인증 수단인 ‘KS마크’ 하나를 정해놓음으로써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을 바로 알아볼 수 있게 됐고 나쁜 제품을 피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하게 된 셈이다.
암호화폐 세계에도 ‘KS마크’와 같은 역할을 하는 ‘FINMA(핀마)’가 있다. 핀마는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의 머릿말을 딴 약자다.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를 통화로 인정하고 시 단위 지자체에서 세금 징수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등 암호화폐 업계의 선구자격인 나라가 스위스이지만, 일개 국가의 금융 감독기관 이름이 어떻게 암호화폐 세계에서 ‘KS마크’ 역할까지 하게 된 것은 스위스가 일명 ‘크립토밸리’라고 불리는 블록체인 특구를 추크(Zug) 지방에 마련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현행법 상으로 규정하기 힘든 암호화폐 ICO를 제도권화하고 관련 산업과 비즈니스를 육성하고자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글로벌 IT 업계의 성지가 된 미국의 실리콘밸리 사례처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될 블록체인 선도기업과 인재들을 선점하고 글로벌 블록체인 메카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스위스 정부에서는 핀마에 일정 부분 권한을 부여하고 그들로 하여금 암호화폐 공개를 신청한 코인에 대한 스캠(사기) 여부 등을 확인하도록 시행하고 있다. 스위스에서 ICO를 추진하는 블록체인 업체는 반드시 핀마에 토큰의 종류와 용처, 인수판매방법, 사용기술 등을 상세히 설명해야 하고, 신청을 접수한 핀마는 조사 및 심사를 통해 ‘투자를 해도 괜찮은’ 코인이라는 것을 인증해 준다.
핀마가 발표한 ICO 가이드라인은 암호화폐를 종류와 성격에 따라 페이먼트 토큰, 유틸리티 토큰, 에셋 토큰 등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지불 수단으로 기능하는 페이먼트 토큰은 증권으로 인정하지 않는 대신 자금세탁방지법(AMLA) 규정을 준수하도록 했고, 유틸리티 토큰은 앱이나 서비스 제공 목적의 암호화폐를 말한다. 에셋 토큰은 주식이나 채권, 파생상품에 가까운 암호화폐로 증권으로 간주된다. 여러가지 토큰의 특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토큰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보다 면밀하게 검토하고 분류되고 있다.
핀마의 ‘승인’에는 ICO 프로젝트 개시를 ‘승인’해준다는 의미가 있다. 스캠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을 통해 ‘믿고 투자해도 괜찮을 만한 코인’이라는 것을 인증해주는 것을 일컫는다. 또 ICO 이후에 첫 번째 단계에서 제출한 답변서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했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법적 서신’을 발급해주는 것이라는 의미도 있다. 조사 대상 기업이 더 이상 시정해야 할 부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른바 ‘노 액션 레터’를 발급 받는 의미의 핀마 승인을 받는다면, 한 국가가 정한 규제적 테두리 내에서 법적-사회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인정받는 것이다.
두 번째 의미의 승인은 FINMA내 조사부서가 주관하는데 ICO 프로젝트의 법적 및 사회적 이슈에 대한 조사 및 보고 기능을 수행한다. 이에 따라 노 액션 레터 를 받은 프로젝트는 스위스 FINMA로부터 ‘KS마크’를 획득한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정대선 현대BS&C 사장이 설립한 에이치닥 테크놀로지의 ‘에이치닥 코인(Hdac)’ 정도가 최초로 두 번째 의미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치닥이 스위스 금융당국으로부터 인정받은 공식적인 암호화폐가 되는 것이다.
암호화폐 세계에서 공신력을 가지고 코인의 지위와 신뢰도를 검증해주는 ‘핀마’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업계가 통일된 기준을 가지고 향후에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지남철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암호화폐에 관심이 있는 경우 암호화폐 세계의 KS마크인 ‘핀마 승인’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핀마 승인’을 받았는지만 확인한다면 투자나 거래를 해도 될 만큼 믿을만한 코인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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