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생산하느니, 폭탄관세를 맞는 게 낫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 추가 폭탄관세 표적 가운데 하나로 애플의 아이폰을 거론하며 국내 생산을 압박하자, 이처럼 회의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생산이든, 폭탄관세든 결국 아이폰 가격 상승 요인이 돼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지난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한 회견에서 이번 회담에서 무역협상 타결에 실패하면, 당초 예고한 대로 연간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의 추가 관세율을 내년 1월 1일부터 10%에서 25%로 높이고, 나머지 중국산 제품에도 폭탄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또 중국에서 수입하는 애플의 아이폰이나 노트북에도 추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10% 수준의 추가 관세는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기업들이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현재 세계 곳곳의 기업에서 조달한 부품을 중국에서 조립해 아이폰을 만든다.
CNN비즈니스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길 바라지만, 이는 미국인들에게 나쁜 소식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IDC의 브라이언 마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아이폰에 폭탄관세를 물리면 미국이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애플이 관세 부담 일부를 흡수하든 이를 대부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든 상관없이 1000달러짜리 아이폰에 25%의 폭탄관세는 웃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집중된 공급망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생산거점을 옮기는 게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미국에서는 노동 및 설비 비용 부담이 훨씬 커져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옮겨오면 폭탄관세 이상의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톰 바자린 크리에이티브솔루션 사장은 "애플이 미국에서 스마트폰을 만들면, 최종 소비자가격이 20~35%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폰X' 기본형 가격이 1000달러에서 최대 1350달러로 오를 수 있다는 말이다. 대중 폭탄관세 최고세율(25%) 부담인 250달러를 훌쩍 웃도는 셈이다.
아마존과 페이스북 등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정보기술산업위원회(ITIC)는 아이폰 등을 표적으로 삼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추가 폭탄관세가 미국의 다른 기술기업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개 애플과 다름없이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부품을 조달해 중국에서 최종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연구·개발(R&D)과 디자인 등 제품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미국에서 한다고 강조해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다만 미국엔 최종 제품을 생산할 숙련인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과 한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세밀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엔지니어로 방 하나를 채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중국에서는 축구장 여러 개를 채울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트럼프 행정부의 폭탄관세를 피하기 위해 굳이 미국으로 생산거점을 옮길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크리에이티브솔루션의 바자린 사장은 다른 경쟁사들처럼 중국에서 제품 일부를 만들어 대만이나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최종 제품을 생산하면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애플 제품은 '대만산' 등이 되기 때문에 대중 폭탄관세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자린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있는 자국 기업의 생산거점을 국내로 들여오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며, 미국은 이미 수십년 전에 제조업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소비가전 부문에서는 반전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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