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교황도 방북 뜻…한반도 평화 위해 힘을 모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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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입력 2018-11-3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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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모국' 아르헨티나서 동포간담회…"교황과 동포사회 귀한 인연"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알베라르 아이콘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한인회장의 환영사를 듣고 박수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남북평화를 위해 축복과 기도를 여러 번 보내 주셨고 여건이 되면 방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셨는데, 한인 동포사회와의 깊은 인연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알베알 아이콘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아르헨티나 동포가 한반도 평화를 돕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교황님이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 보좌주교로 있던 시절 한인 동포사회와 귀한 인연을 맺었다"며 "교황님께서 병원 사목을 위한 봉사자를 찾을 때 한국 성가소비녀회 수녀님들이 달려와 그 역할을 기꺼이 맡았고 문한림 주교님과 동포사회가 다리 역할을 했다. 교황님께서 제게 직접 해 주신 얘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후 한국 수녀님들은 20년 넘게 봉사하시며 현지에서 '올해의 사회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특히 빈민촌의 천사 세실리아 이 수녀님은 많은 아르헨티나인의 존경·찬사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하지만 마음으로는 가장 가까운 친구 국가 중 하나로, 아르헨티나는 한반도 평화시대를 여는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라며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스페인어로 '좋은 공기', '순풍'을 의미하는데,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도 순풍을 타고 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아르헨티나 한인 동포사회가 대단한 것은 개척정신만이 아니라 나누고 돕고 함께 잘사는 정신"이라며 수익을 반으로 줄이면서 동포들에게 편물을 가르친 조화숙씨와 농작물을 동포에게 절반 가격으로 판매한 문명근씨 사례를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맨주먹으로 밭 갈고 집 짓던 힘든 시절에도 '혼자 잘살겠다'가 아닌 '우리 동포가 함께 잘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이런 헌신·희생을 가능하게 했다"며 "그렇게 109촌을 비롯한 빈민 지역 판자촌에서 시작한 아르헨티나 한인 동포사회는 현재 중심 상권인 아베쟈네다 상가 절반가량을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고, 올해는 김홍렬 대표께서 외국인 최초로 아르헨티나 섬유재단 회장에 선출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동포 여러분께서 보여 주신 '나누고 돕고 함께 잘사는 정신'이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국가의 뿌리"라며 "포용국가 비전이 바로 여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오히려 어려운 현실 속에서 실천됐다는 게 놀랍고 고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동포사회의 포용성이 고국의 정부·국민에게 영감을 주듯이 대한민국의 포용성장이 동포 여러분 삶에도 보탬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아르헨티나 동포사회에 또 하나 감탄하는 것은 다른 지역과 달리 2·3세들이 한국어를 매우 잘한다는 사실"이라며 "몸은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마음에는 언제나 조국이 담겨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스물아홉에 아르헨티나 문화부 차관보로 발탁된 변겨레 님과 정부 요직에서 근무하는 그의 형제는 동포사회와 조국 국민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 공공혁신팀장으로 근무하는 변얼 님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아르헨티나 사회에서 훌륭하게 인정받았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여러분의 짐을 나눠서 지고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며 "우리 아이들의 우리말 교육 등 역사·문화 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또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신뢰를 한 차원 높이겠다"며 "워킹홀리데이 협정을 체결해 양국 청년들이 상대국에서 일과 문화체험을 병행하도록 하고, 사회보장협정을 체결해 납세·연금 혜택이 양국 간에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안전에 대한 우려도 큰 것으로 안다"며 "한인 상가 밀집 지역 안전과 유통질서 확보를 위해 양국 치안 당국 간 협력·교류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알베라르 아이콘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우수아이아’ 지역에서 화훼농장 ‘비베로 꼬레아노’를 통해 성공 신화를 창출한 조옥심 씨가 눈물을 흘리자 어깨를 감싸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간담회에는 '우수아이아' 지역에서 화훼농장 '비베로 코레아노'를 통해 성공 신화를 창출한 조옥심씨, 아르헨티나에서 외국인 최초로 사제 서품을 받은 문한림 주교, 아르헨티나 정부에서 근무하는 차세대 동포 변얼씨 등 각계각층의 동포들이 참석했다.

프랑코 연방경찰청 차장, 오라시오 호세 가르시아 이민청장 등 아르헨티나 측 친한 인사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세계한인의 날 정부포상 유공자인 아델라 마리아 비고티 데 김씨에게 훈장을 주고 현지 동포사회를 위해 애써준 데 대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씨는 아르헨티나 한인 이민 초기 한인들의 이민서류 작성 등 행정절차 지원, 부동산 거래 시 사기 피해 및 부당거래 예방을 위한 무료 법률 자문 등을 해 한인사회 안정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재외동포 유공 훈장 목련장 수훈 대상이 됐다.

건배사를 한 이학락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남미서부협의회장은 "제가 '평화' 하면 여러분은 '통일'이라고 하시면 된다고 말해 간담회 분위기를 더욱 북돋웠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이임을 앞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격려사를 마치면서 "G20 재무장관 회의가 곧 열리기 때문에 이 자리를 떠나실 것 같아 한 분만 더 소개해드리겠다"며 "김동연 부총리가 함께 해주셨다"고 말했다.

퇴임이 임박한 경제부총리가 다자 정상회의에서 대통령을 수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문 대통령으로서는 김 부총리에게 마지막까지 예우를 다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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