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12월 1일자로 단행한 인사를 통해 ‘내실 다지기’와 ‘신사업 강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내실 다지기는 기존 사업 관련 임원은 축소하면서도, 그룹의 양대 축인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대표를 장기 유임시키는 방식을 취했다.
그룹의 캐시 카우(Cash Cow)인 이마트의 경우, 이갑수 대표이사가 2014년 부임한 이후 6년째 자리를 지켰다. 2012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은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도 유임돼 7년째 수장 자리를 사수했다.
두 사람은 각각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이끌어온 ‘남매 경영’을 지근 거리에서 흔들림없이 보좌, 오너일가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2007년 취임한 이석구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11년째 연임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지난해 스타벅스코리아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634억원, 1144억원이다. 전년 대비 26%, 34%씩 성장세를 보이며 업계 1위 아성을 유지해온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룹 실세 조직인 이마트·신세계백화점·그룹의 전략실 수장도 유임하며 한 단계 승진했다. 전략실 한채양 부사장보·허병훈 부사장보, 고광후 신세계 부사장보가 모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오용진 신세계 상무와 민영선 이마트 상무, 임훈 까사미아 상무, 조두일 이마트24 상무 등도 부사장보로 승진했다.
신세계는 이처럼 오프라인 사업 인사에서는 안정 속 내실 다지기를 하면서도,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신사업 부문에는 신규 대표를 대거 발탁해 혁신을 꾀했다.
특히 온라인사업과 토털 퍼니싱 사업, 화장품과 제주소주 등에 신규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본격적인 신사업 성장 기반을 구축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신세계 온라인 신설법인 대표에 선임된 최우정 이커머스 총괄부사장이다. ‘쓱닷컴’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로, 정 부회장이 꿈꾸는 ‘한국판 아마존’을 현실화 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사업 다각화가 한창인 주요 계열사에는 처음으로 부문 대표 체제를 도입, 변화를 꾀하면서도 상호 경쟁이 불가피한 ‘채찍질’ 구도를 형성했다.
‘비디비치’ 등 화장품 사업을 키우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는 코스메틱부문 대표를 신설, 이길한 글로벌 2본부장을 선임해 힘을 실어줬다. 기존 차정호 대표는 총괄 대표와 패션라이프스타일부문 대표를 겸하도록 했다.
가정간편식(HRM)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신세계푸드는 김운아 신세계L&B 대표가 제조서비스부문 대표로, 성열기 매입유통본부장이 매입유통부문 대표로 각각 선임됐다. 이와 동시에 제주소주와 신세계L&B 대표에는 롯데칠성음료 마케팅부문장 출신인 우창균 대표를 영입해, 주류시장 확대 미션을 부여했다.
50대 부사장보가 대표이사로 선임돼 세대 교체도 이뤄졌다. 김홍극 신세계TV쇼핑 대표, 조창현 신세계사이먼 대표, 임병선 까사미아 대표가 각각 선임돼 ‘젊은 CEO’로 활약하게 된다. 김 대표는 이마트 가전전문점 일렉트로마트를 론칭한 상품본부장 출신이며, 조 대표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센텀시티점 등 주요 점포 점장을 두루 거쳐 아웃렛 사업 확장을 이끌 인물로 평가받는다. 임 대표는 그룹 전략실에서 인사 총괄을 역임한 인사 전문가로, M&A를 통해 편입한 까사미아의 활로 모색에 주력할 전망이다.
신세계는 이번에 여성 대표이사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지난해 롯데그룹이 H&B스토어 ‘롭스’ 수장에 선우영 대표를 파격 선임한 것과 대조적이다. 상무보와 준임원 직급인 담당 정도에만 9명의 여성이 선임되는 데 그쳤다. 다만 신세계는 예년보다는 여성 임원급 인사가 늘었다는 자평이다.
신세계 측은 “그룹의 미래 준비와 신사업 강화, 핵심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최적임자를 엄선했다”면서 “앞으로도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 아래 철저히 능력과 성과주의 인사를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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