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규 칼럼]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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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규 동아시아센터 회장
입력 2018-12-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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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규 동아시아센터 회장



대학수학능력시험인 수능이 보름 전 치러졌다. 매년 이맘때면 학생과 학부모, 또한 그들을 가르친 선생님 모두 신경이 곤두서 머리를 맞대고 곧 있을 대학입학시험에 전력을 투구할 때이다. 수험생과 학부모, 선생님 모두들에게 그간의 노력에 대해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개인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생각이다. 그리고 그 생각의 중심에는 스스로 돕겠다는 의연한 결의와 결단이 들어 있어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삶을 통해 자신을 구원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빌 게이츠,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 오프라 윈프리, 스티브 잡스 등 우리 가까이에도 수없이 많은 이들이 간난과 고초를 딛고 우뚝이 서 세상의 귀감이 되고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이 한 문장으로 대표되는 '자조론(自助論)'의 저자 새뮤얼 스마일스(Samuel Smiles·1812~1904)에 따르면 ‘자조정신’이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여는 것, 즉 자신을 실현하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를 계발하기 위한 진정한 뿌리이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삶을 통해 드러날 때 한 국가의 국력이 된다. 남의 도움은 사람을 나약하게 만들지만 스스로를 돕는 것은 언제나 강력한 힘이 된다 하겠다.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존재는 타인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임을 깊이 인식하고 그에 걸맞게 죽기를 각오하고 노력한다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스스로 자기 행복과 덕행의 능동적인 주체여야 한다. 남에게 아무리 많은 지혜와 미덕을 빚질 수 있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스스로 돕는 자만이 성공한다.

개인이 부지런하고 활기차며 올바르게 살아갈 때 그 국가는 발전하게 마련이다. 개인이 게으르고 이기적이며 부도덕하다면 국가는 쇠퇴한다. 사회악이라고 부르는 현상은 대부분 개인의 그릇된 삶이 빚어내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를 바꿔온 큰 축은 기술과 의식이다. 기술의 변화와 발전에 따라 사회가 바뀐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경제 시스템까지 바뀐 게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특별히 뒤떨어지는 과학기술 분야는 이젠 거의 없다 한다.

그러나 문제는 선진국을 따라가는 추격형을 벗어나 새로운 기술을 선도해 나가는 선도형으로 가야 한다는 점이다. 휴대전화나 반도체는 우리가 먼저 만든 게 아니다. 그저 잘 쫓아간 거다. 이제는 남이 못하는 것을 해야 한다. 우리는 과학기술은 있지만 벤처·기술·금융·시스템이 부족하다. 이는 결국 국가의 리더쉽 문제다.

실리콘밸리의 원천기술은 젊은이들의 창업과 도전정신에서 나온다 한다. 다국적기업들도 자신들의 연구소 대신 벤처에서 나온 기술을 사는 게 효율적이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중소기업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젊은이들이 자꾸 대기업에만 가려 하니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기술 거래와 가치거래가 부족하고, 시장도 부족하다.

지금은 신생 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국가가 아니라 시장에서 고위험·고수익 투자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제3거래소를 만들어 기술 거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노벨상을 타지 못하는 이유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사람을 잘 지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연구자를 믿어준다. 실수를 하거나 결과가 안 나오더라도 성실한 자료가 있으면 믿어준다. 미국에선 기술 투자 심사는 까다롭게 하지만 결과 보고서는 받지 않는다. 신뢰에 따른 자율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반드시 결과가 나와야 한다. 과정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수명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바이오산업이 매우 중요해졌다. 미국이 여기에 엄청 투자를 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우선 재료 산업이다. 제조업이 강하기 때문에 반도체나 나노 산업에도 경쟁력이 있다 하겠다.

미국은 특히 실리콘 밸리의 생태계가 잘 구축되어 있다. 기술개발자와 대기업을 연결해 대형 히트작을 만들어 내는 채널과 사람들이 많다. 우리 정부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은 이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 세계의 과학자를 불러모아 원자폭탄을 만든 맨해튼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그때의 경험이 인류에게 가장 위험한 무기를 안겨준 것이었다면, 달 탐사 프로젝트는 그와 목적이 달랐다.

달 탐사 프로젝트는 단순히 사람을 달에 보낸 것에 그치지 않았다. 수많은 관련 기술을 남겼다. 그때 개발한 무선통신 기술은 훗날 인터넷으로 이어졌다. 우주식량, 화장실 처리기술, 방열 신소재, 위치를 추적하는 GPS 등 첨단 기술이 미국의 차지가 되었다.

20세기 후반 미국의 과학 전통은 실리콘밸리로 이어졌다.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자와 프로그래머가 모여 있는 그곳에서 미국의 경제는 부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대덕연구단지 같은 훌륭한 자원이 있다. 그것을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개발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펀드를 모집하여 벤처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자금을 만들고 그 벤처기업이 성공하면 다시 기부하여 수익 배당을 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의 기부문화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과 금융을 결합하여 젊은이들에게 기회가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동아시아센터 회장 윤 창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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