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 이자부담도 더욱 커지게 됐다. 이로 인해 이자 갚기도 벅찬 한계차주들의 고통도 더욱 커지게 됐다.
◆변동금리 대출자 “나 어떡해”
한국은행은 11월 30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연 1.75%로 올렸다. 작년 11월 금리인상을 단행한 이래 8번째 만에 금통위에서 인상이 이뤄진 것이다.
이번 금리인상으로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한층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는 연 2조5000억원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해야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427조7000억원으로 그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0.2%(1002조2454억원)에 달한다. 인상된 기준금리 0.25%포인트를 오롯이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부담액은 2조5056억원으로 계산이 된다.
특히 직격탄이 예상되는 대출자들은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들이다. 변동금리 대출은 주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에 연동돼 있다. 코픽스 금리는 예금이자율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0.2~0.3%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즉 은행 예금금리가 올라가면 대출금리도 덩달아 상승한다는 얘기다.
일례로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은행의 고금리 특판 예금 판매가 확대되면서 전달보다 0.10%포인트 인상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0.15%포인트 상승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금리를 인상했을 때 가중평균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한은 금융정보통계시스템을 보면 작년 기준금리가 인상됐던 11월 신규취급액기준 가중평균금리는 3.55%에서 다음 달인 12월 3.62%로 상승했고, 올해 1월은 3.69%까지 뛰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상승한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반영돼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직격탄이 예상된다”며 “내년에도 특판형태의 고금리 정기예금 출시가 이어질 경우 금리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계차주들 부담 더 커져
기준금리 인상으로 취약차주들과 한계기업의 고통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기준 국내 취약차주는 149만9000명으로 전체 가계대출자의 7.9%로 나타났다.
이들이 금융사에서 빌린 돈은 85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4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가계대출의 6.0%에 해당되는 수치다. 이들 가운데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층이고, 신용이 낮은 대출자는 40만5000명에 달했다. 이들의 대출 규모는 12조8000억원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 취약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취약차주 대부분은 소득에 비해 빚의 규모가 크다. 올해 3월말 기준 취약차주의 소득대비 대출비율(LTI)은 250.9%(한은 집계)로 전체 차주(213.1%)를 큰 폭으로 넘어섰다.
특히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자산을 모두 매각해도 부채를 갚지 못하는 고위험가구는 작년 3월 기준 34만6000여 곳이다. 총 부채규모는 59조4000억원으로 전체 부채의 5.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금리가 1% 오르면 15조6000억원의 금융부채가 증가할 전망이다. 2% 오르면 늘어나는 부채 규모는 32조6000억원에 달한다.
가계뿐 아니라 한계기업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에 따르면 5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를 내지 못한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942개사로 전체 한계기업(3112개사)의 30.3%를 차지했다.
즉 금리인상은 취약차주들의 부담을 늘리고 이는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축소되고 있지만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은 여전히 크며 전체 대출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최근 자동차업황 부진으로 일부 중소기업들이 위태로운 만큼 각 은행들도 이에 대해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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