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예결위 활동이 종료된 직후인 전날 오전부터 모여 남은 예산심사를 예결위 간사 중심으로 하고, 쟁점 예산에 대해서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관여해 담판을 짓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여야는 남북협력기금과 일자리 예산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 1일 ‘소소위’ 체제로 돌입한 예산국회가 정부의 ‘4조원 세수결손 대책’ 미흡을 이유로 잠시 파행했다가, ‘예산시한 시간 부족’을 이유로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3일이냐, 7일이냐’…본회의 시기도 못 잡아
민주당은 이번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인 12월 2일이 휴일인 만큼 3일에만 의결해도 사실상 시한을 지킨 것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앞서 오는 7일로 예정된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한 바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3일 국회 본회의를 소집해 1일 0시 자동부의된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원안대로 상정하고, 안건을 계류시킨 상태에서 여야 협상 타결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전례를 되짚어볼 때 3일 본회의 처리가 무산될 경우 여야 합의안이 도출되기까지 또다시 여야 간 지루한 줄다리기를 지속할 공산이 크다.
국회의 내년도 정부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은 물론 9일까지인 정기국회(정기회) 회기마저 넘기리라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그동안 예결위 예산소위 1차 감액심사에서 보류된 예산은 22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나중에 논의하기로 분류한 항목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회의체는 공식 국회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회의 내용도 공문서인 속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470조5000억원에 달하는 나라 살림이 조정되는 과정을 검증할 수단이 없어진 셈이다.
막바지 예산심사가 ‘밀실·졸속 심사’로 이뤄지게 됐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구나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을 예산안 처리의 선결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어 변수가 더 복잡해진 상황이다.
평화당은 여당인 민주당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을 압박하며 다음 주 국회 본청 앞에 천막당사를 설치할 계획이다.
◆점점 늦어지는 예산안 처리…2년 연속 처리 시한 넘겨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후 예산안 처리 시점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12월 2일(2014년)에서 3일(2015·2016년)로, 다시 6일(2017년)로 조금씩 계속 뒤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가까운 예로 12월 6일 새벽 예산안을 의결해 법정시한을 나흘이나 초과한 작년과 비교해도 올해 예산심사 속도는 상당히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민주당, 한국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은 공무원 증원 등 6대 쟁점이 노출된 가운데 일찍이 11월 27일에 각 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2’ 회의체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예산안 자동부의를 11월 30일 자정에서 12월 2일 정오로 미루고, 2일 본회의 시간도 오후 9시까지 연기하며 여야 합의를 기다리는 등 법정시한 당일 국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어 여야는 12월 4일 잠정 합의문을 발표했고, 이튿날 본회의 개의 후 실무 작업이 지연돼 6일 새벽이 다 돼서야 예산안을 표결에 부쳤다.
올해와 달리 야당이 법정시한 이후 특정일에 예산안을 처리하자고 명시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었는데도, 비공식 회의체를 가동한 뒤 예산안 처리까지 열흘이나 걸렸다.
한편 국회는 오는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나란히 개최한다.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인사검증인 만큼 여야 모두 후보자의 정책 능력과 리더십, 도덕성 등을 두루 살피며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