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회담에서 북한의 제재완화 요구에 대한 엇박자 논란을 불식하고 '완전한 비핵화가 먼저'라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특히 남·북·미 정상이 주도하는 '톱다운' 연쇄 회담을 통해 대화의 동력을 살려간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양국 정상이 이런 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비핵화 조치 및 제재완화 조치'의 선후관계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정도의 비핵화'가 먼저라는 데 쐐기를 박은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미 취한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로 대북 제재 완화를 미국에 요구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의 내년 1∼2월 개최' 의사를 밝힌 것도, 북한에 대해 '회담 이전에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의미로 분석된다.
한·미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의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해,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가 쉽지 않을 것임을 거듭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대한 유엔의 대북제재 예외 인정처럼, 사실상 북한에 대한 제재완화의 효과가 있는 조치가 뒤따른 점을 고려하며 새로운 접근법으로 제재완화 문제를 풀 것으로 보인다. 연내 남북 철도연결 착공식 개최 등도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1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이자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 위원회 의장국인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 내년 유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이 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과 각각 양자 회담을 하고 대북 협력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뒤 이어지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 프로세스 과정을 설명했다.
또 대북 제재와 관련, “북한이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진행할 경우, 유엔 차원에서 제재 완화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비핵화가 불가역적 상태에 이를 때까지 제재가 필요하다고 해왔으나, 북한이 힘있게 비핵화를 추진토록 하는 상호 신뢰관계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말하는 '신뢰'는 북한이 비핵화를 진전시켰을 때 종전선언 이외에 대북제재 완화 또는 그에 상응하는 조처가 이행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결국 문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향후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받아내는 동시에, 이를 원동력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더욱 속도를 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김 위원장의 답방을 본격 추진해 북·미 정상 간 메신저 역할을 통한 접점 찾기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방남을 설득하기 위한 대북 특사가 파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남북 정상이 약속한 연내 종전선언이 불투명해졌지만, 내년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종전선언 이슈를 되살리는 데 주력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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