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시장에서 11년 만에 처음으로 단기물과 장기물의 수익률(금리) 역전이 일어났다. 채권금리는 보통 만기가 길수록 높은데,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 금리를 웃도는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대표적인 경기침체 신호로 읽는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미국 국채 3년물과 5년물의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1.4bp(1bp는 0.01%포인트)로 떨어졌다. 스프레드가 마이너스가 되기는 2007년 이후 처음이다. 2년물과 5년물 금리 스프레드도 뒤따라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기준물인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스프레드는 15bp 아래로 떨어졌다. 이 역시 2007년 이후 최저치다.
단기물과 장기물의 금리 스프레드는 흔히 '수익률 곡선(yield curve)'으로 표현한다. 장기물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우상향 곡선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곡선이 점점 평평해지더니 이날 일부가 끝내 역전됐다. 시장에서는 2년물과 10년물의 수익률 곡선을 더 주목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역시 2·5년물이나, 3·5년물과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BMO캐피털마켓은 10bp가 다음 고비가 될 것으로 봤다.
수익률 곡선이 주목받는 건 경기침체와의 연관성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익률 곡선이 역전된 뒤 여지없이 경기침체가 닥쳤다. 그도 그럴 게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를 웃돈다면,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 정부가 10년 뒤보다 2년 뒤에 빚을 갚을 가능성이 더 적다고 본 셈이다. 위험이 임박했다는 뜻이다.
1955년 이후 미국은 모두 9번의 경기침체를 맞았는데, 매번 6개월~2년 앞서 2·10년물의 수익률 곡선이 역전됐다. 전문가들은 2·10년물의 수익률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역전될 수 있다며, 이는 2020년 경기침체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언 린젠 BMO캐피털마켓 통합금리전략 부문 책임자는 3·5년물의 수익률이 역전되면서 2·10물의 수익률이 올해 말과 내년 초 사이에 역전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2년간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진 건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창이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이 미국 경제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날 미국의 일부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되고, 2·10년물 금리 스프레드가 1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게 트레이더들이 연준의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하면서 내년에 성장세가 더뎌질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기 시작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하면서 위험자산 수요가 늘어나 미국 단기 국채의 매력이 떨어졌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단기 국채에 대한 수요가 만기가 길어 위험성도 큰 장기 국채로 넘어가면서 금리가 역전됐다는 얘기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수요가 줄어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가 오르는 셈이다.
연준이 내년 이후에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5년물 금리를 끌어내렸다는 풀이도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수익률 곡선이 역전된 데 대한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존 아이보그 QS인베스터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단지 3·5년물의 역전이 단기간에 자산군의 전반적인 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2·10년물, 10·30년물의 (수익률 곡선이) 더 평평해지거나 역전되는 게 사람들의 관심을 더 사로잡아 시장참가자와 기대수익에 더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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