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맞고, 아무도 틀리지 않았다. 정책의 문제를 지적하는 학자들도, 기업을 비판하는 정치인들도, 대외 불확실성과 국내 산업 구조조정 탓으로 돌리려는 정부도, 정치를 비판하는 국민들도 모두가 맞는 지적이고, 틀린 지적이 없다. 한국경제는 총체적 난관에 직면해 있는 것이지, 어느 한쪽의 편중된 잘못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 아니다. 필자는 '한 권으로 먼저 보는 2019년 경제 전망'을 통해 2019년의 경제를 ‘결정점(deciding point)’에 비유한 바 있다. 경제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시점이고, 그렇기에 가계·기업·정부는 중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순간임을 강조하고자 하는 표현이다.
2019년 한국경제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이슈에 둘러싸일 것으로 보인다. 첫째, 한국경제의 구조적 장기침체가 가장 중대한 현안이 될 전망이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당한 수준으로 둔화된 모습이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5%대를 상·하회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이후에는 3%대를 미처 넘지 못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7년에는 3.1%라는 ‘깜짝’ 성장을 기록했으나, 2018년에는 2.7%로 다시 하락하고, 2019년에는 경기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둘째, ‘고용 없는 경제’는 한국의 중대한 현안이자 정책적 최대 해결과제가 될 전망이다. 실업률은 2013년 약 3.1%에서 2018년 3.9% 정도로 상승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청년실업률이다. 청년실업률은 2013년 8.0%에서 2018년 10.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부진의 첫째 원인은 산업 구조조정이다. 군산, 거제, 울산 등 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역의 경우 실업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주요 제조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 내 자영업자들도 함께 문을 닫고 있다. 2018~2020년 동안에는 산업 구조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바, 실업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셋째, 2019년에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관한 논의가 다시 한번 뜨거워질 전망이다. 2018년 7월 1일부터 본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처벌’은 2019년 1월 1일 시행하는 것으로 ‘강제적 시행’ 시기가 미뤄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8년에는 ‘300명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에 한해서 적용되기 시작했지만, 2020년에는 ‘50~299명’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2019년에는 상당한 기업들의 준비와 근로자들의 혼란이 전개될 전망이다.
기업의 의사결정자들도 당장 걱정이 앞서지만, 근로자들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흔히 ‘꼰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이런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어떻게 교묘히 제도를 피해갈까를 고민하고 있는 한편, 의식 있는 CEO들은 선진화된 근로환경을 도입하고자 창의적 고심이 커지고 있다. 당장 생산성이나 매출액 감소로 연결될 것을 걱정하는 기업들의 조바심도 이해가지만, 근로 시간 감소가 곧바로 임금 감소로 연결될 근로자들의 한숨은 멀리서도 크게 들려온다. ‘저녁 있는 삶’보다 ‘돈 없는 저녁’이 두려운 것이다.
넷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산업 중 하나가 금융산업이다. 국내 은행뿐만 아니라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점포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증권사 국내지점도 2016년 이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디지털 금융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점포 방문을 통한 대면 서비스 수요를 줄여가고 있다. 1차산업에서는 스마트 팜을 도입하고, 2차산업에서는 스마트 팩토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유통업에서는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교육서비스업에서는 디지털 교과서를 제작하며, 금융산업에서는 스마트 뱅킹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다섯째, ‘규제와의 전쟁’이다.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던 과감한 방식, 그야말로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연초 '규제 혁신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최근 적극적인 규제 완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공유자동차 규제,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을 활용한 원격진료 금지, 신용정보 빅데이터 활용 제한, 드론의 상업용 활용 제한, 자율자동차 안전성 기준 부재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는 문제와 관련해 신산업에 적합한 새로운 제도의 도입 및 기존 규제의 완화 등이 2018년 들어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P2P 대출산업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였고, 비금융 기업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제한하는 은산분리 원칙도 과감하게 해소되어 왔다. 정부는 무인기,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신산업에 걸쳐서 성장을 제약하는 규제들을 탐색하고, 규제 혁파를 진행 중에 있다.
위기가 찾아 왔을 때 모두가 몰락하는 것은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2019년에 등장할 위기요인들을 먼저 들여다보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얼마나 철저히 들여다보는지가, 또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는지가 2019년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