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 새 대표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 내 대중 강경파로 꼽힌다. 대중 폭탄관세 공세를 주장해온 인물이다. 이에 반해 그동안 대중 협상을 주도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협상을 통해 무역전쟁을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라이트하이저를 전면에 세운 건 무역전쟁 휴전 아래 향후 90일간 전개될 미·중 무역협상에서 대중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무역협상 대표로 라이트하이저를 낙점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대중 초강경파로 꼽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이날 미국 공영방송 NPR과 한 회견에서 라이트하이저가 협상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라이트하이저가 협상과 집행 부문을 이끌 것이라며, 므누신 장관은 환율조작 등 다른 이슈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다른 주요 매체들도 라이트하이저의 부상을 기정사실화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회의론이 깊은 베테랑 무역 협상가인 라이트하이저를 대중 무역협상 대표로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주말 애매모호한 약속을 한 가운데 양측의 입장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라이트하이저가 협상을 주도한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므누신 장관이 무역전쟁을 피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왔다면, 라이트하이저는 중국에 대한 폭탄관세 공세로 변화를 강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대중 공세가 더 세질 것이라는 얘기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난주에 낸 보고서에서 "중국은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혁신과 관련한 행위와 정책,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았다"며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한 최근 몇 개월 새 오히려 더 불합리한 조치를 취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유화적인 입장이지만, 향후 중국과의 협상에서 입장이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 주석과의 합의로 잠시 멈춘 폭탄관세 공세를 재개하며 무역전쟁을 더 가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역전쟁 휴전 아래 전개될 미·중 무역협상에서는 복잡하고 민감한 현안을 직접 다루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삼아온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보조금을 비롯한 비관세 장벽, 기타 주요 부문에 대한 시장 진입 제한 등이다. 시 주석이 공들여 온 지속가능한 성장전략, 특히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와 맞닿아 있어 중국도 양보가 쉽지 않은 사안들이다.
이와 관련해 커들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과 중국이 지식재산권 침해, 기술이전 강요 등을 멈추기 위한 합의에 "꽤 근접했다(pretty close)"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지적한다.
커들로 위원장은 "(미국과 중국이) 지식재산권 도둑질(intellectual property theft)에 대한 합의에 꽤 근접했고,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에 대한 합의에도 어느 정도 접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꽤 근접했다'는 건 중국과 중대 관심사에 대한 논의가 진전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커들로는 진전된 내용이 뭔지는 더 말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유럽연합(EU), 일본을 상대로 한 무역협상에서 부분 합의 모델을 추구했다며, 대중 협상에서도 같은 모델을 취한다면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EU, 일본과의 무역협상은 물론 같은 모델이 적용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도 성공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에서는 므누신 장관의 협상 상대였던 류허 경제 담당 부총리가 30명가량의 대표단을 이끌고 다음주 미국 워싱턴DC를 찾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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