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이 이어지고 중국의 기술굴기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심화되면서 중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클라우딩 컴퓨터에서 인공지능, 엔터테인먼트까지 범위도 다양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최근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아마존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번에는 전자상거래가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이다.
알리바바는 10월에만 유럽에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 두 곳을 연달아 열었다. 알리바바의 유럽 클라우드 사업을 이끄는 왕예밍은 “많은 유럽 국가들은 선진 시장이므로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알리바바와 아마존 모두에 중요한 성장 엔진이다. 아마존의 경우 전자상거래보다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한 수익이 더 높다. 알리바바의 경우 현 회계연도 클라우드 사업 매출이 한 해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알리바바가 클라우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수준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유럽 시장에서 지난해 알리바바의 점유율은 0.3%였다. 전 세계 시장을 기준으로는 4.7%였다. 반면 아마존은 작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 51.8%로 압도적 1위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WSJ은 미중 간 통상 갈등이 높아지고 중국 내 사업에 대한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유럽은 중국 기업들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를 넘어 선진 시장 진출이 필요한데 미국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유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럽 공략을 강화하는 것은 알리바바뿐이 아니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은 영국 캠브리지에 인공지능 연구소 개설 계획을 발표했으며, 프랑스에서는 2년 동안 11억3000만 달러(약 1조2500억원)을 투자해 운송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최대 메신저 서비스인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 역시 10월에 파킨슨병 진단을 위한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런던 헬스케어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그밖에도 및 BBC와 공동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서는가 하면 모바일 자동차 경주 게임도 개발하기로 했다.
아직까지 유럽에서 중국 기술 기업들의 활약이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미국 기업들이 장악한 유럽 시장에서 중국 기업은 중요한 라이벌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엔더스 애널리시스의 제이미 맥이완은 WSJ에 “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기술 투자나 합작 벤처 기회를 외면할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 유럽 역시 유럽 시장을 점령한 미국 기술 공룡들에 맞설 현지 기술 기업들을 육성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 기업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IDC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2분기에 유럽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샤오미 역시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등에서 빠르게 확장하고 있으며 11월부터는 영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유럽 현지에서는 중국 기업들과 사업할 때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리스크 관리나 사업 개발 차원에서 결국엔 중국과 손을 잡게 된다고 파리 소재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인 링크바이넷의 프랑코 샤잘론 최고마케팅경영자(CMO)는 WSJ에 말했다. 현재 링크바이넷은 알리바바와 계약을 맺고 고객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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