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 씨는 지난 2일 한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반려묘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상 하나를 게재했다. 여기에 "오다 주웠다. 가져라냥"이라며 반려묘의 대사를 덧붙여 재미를 더했다.
송송이가 이제는 돈까지 벌어오기 시작했다. |
영상에는 나영 씨의 반려묘 송송이가 등장한다. 가만히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던 송송이는 불만이 약간 섞인 듯한 말투로 "야옹"이라 한마디 한다.
잠이 덜 깬 나영 씨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응?"이라고 대답하자 고개를 털며 자리를 옮기는 송송이. 그러면서 중얼거리듯 알 수 없는 소리를 낸다.
송송이가 떠난 자리에는 만 원짜리 한 장이 놓여있다. 송송이가 밤새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온 걸까?
알고 보니 나영 씨 아버지가 송송이 간식 사 오라고 놓고 가셨단다. 늦잠을 자는 나영 씨에게 송송이가 어서 간식 사러 다녀오라고 재촉한 셈이다.
나영 씨는 이날 누군가 지켜보는 느낌에 잠에서 깼다가 이 같은 영상을 찍었다. 잠결에도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습관이 만든 결과다.
창밖을 바라보는 고양이 사진은 갖고 있지 않은 집사가 없다. 그래도 늘 멋있다. |
나영 씨 아버지가 송송이 간식까지 각별하게 챙기는 이유는 송송이 입양을 직접 제안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나영 씨 가족은 4인 가구로, 나영 씨 위로 오빠가 한 명 있다. 지난 2016년 나영 씨 오빠가 군 입대를 하고 다른 가족들도 서로 일이 바빠지자 식사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졌고, 아버지 홀로 식사를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아니, 이 맛은?!" 간식이 너무 맛있어 뒤로 넘어가기 직전인 송송이. |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야 혼밥이 트렌드라지만, 중년 남성에게 집에서 혼자 먹는 밥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사람을 외롭고 쓸쓸하게 하는 것이었다. 나영 씨 아버지가 반려동물 입양을 제안하게 된 이유다.
마침 나영 씨 친구가 키우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기에 얼른 한 마리를 입양했다.
감기가 올 것 같이 목이 간질간질할 땐 목도리를 하자. 감기가 싹 달아난다. |
아버지의 외로움을 달래주며 컸기 때문인지 송송이는 더할 나위 없는 개냥이라고 한다. 공 던지면 가져와서 다시 던져달라고 애교를 부리고, 틈만 나면 가족들을 붙잡고 쓰다듬어 달라고 비벼댄다.
때문에 아버지는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송송이 뽀뽀 세례부터 받는다. 퇴근하고 와서도 송송이와 놀아주기 바빠 일이 끝난 게 아니라는 나영 씨 아버지. 물론 송송이와 노는 일은 즐겁기만 하다.
송송이의 애교는 어머니의 마음도 녹였다. 내심 고양이가 탐탁지 않았던 어머니는 송송이 입양 후 꼭 방문을 닫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요즘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퇴근하면 송송이에게 인사하는 게 먼저다. 심지어 최근에는 함께 눕기도 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부부는 닮는 모양이다.
나영 씨의 오빠 역시 군 전역 후 송송이의 매력에 푹 빠져 산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도 처음이고, 마치 늦둥이 막내 여동생을 보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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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영 씨에게도 송송이는 없어선 안 될 존재다. 하루는 힘든 일로 우울해하는 나영 씨에게 송송이가 다가와 조용히 앞발을 올리고 위로해줬는데, 이때 크게 감동했다.
나영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가족들은 개인적인 일로 바쁘니 알아차리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가족을 탓하는 건 아니지만, 송송이의 위로는 분명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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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호 기자 juho120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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