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부터 과거 보험금 분쟁 등으로 보험사를 믿기 어려운 보험계약자는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실손의료보험은 소비자의 손해사정 선임권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보험계약자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한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제도 개선은 소비자의 손해사정에 대한 불신이 밑바탕이 됐다. 자동차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보험사가 위탁한 손해사정업체의 손해사정사는 현장에 나가 적정한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손해액 등을 산정하는 업무를 맡는다.
그러나 보험사와 위탁 손해사정업체의 구조적인 갑을 관계 때문에 일부 보험사는 업체 쪽에 “손해사정액을 깎아오면 인센티브를 더 주겠다”고 시책을 내걸거나, 반대로 “보험금 더 받아드릴 수 있다”며 손해사정사가 보험계약자에 접근해 수수료를 나눠먹는 사례도 빚어졌다. 손해사정과 직접 연관된 보험금 산정 및 지급 민원건수는 지난해 1만7033건에 이른다.
이에 금융위는 소비자 선임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미 보험업법과 감독규정에 보험사가 동의하면 소비자가 손해사정을 선임할 수 있다는 규정이 마련돼 있지만, 정작 보험사 내부 규정이 없어 ‘유명무실’했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앞으로 보험사는 명확한 내규를 마련해 소비자의 손해사정 선임 의사에 대한 동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계약자가 과거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분쟁 및 소송 등으로 피해를 겪었거나, 보험사가 손해사정 착수하기 전에 보험금 감액 지급 등을 부당하게 권유해 해당 보험사의 손해사정을 신뢰할 수 없는 경우 등이 보험사의 동의기준이 된다. 보험사의 동의를 받으면, 계약자는 보험사 비용으로 손해사정을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단독실손보험은 소비자가 선임권을 행사하면 보험사는 원칙적으로 동의해줘야 한다.
하주식 금융위 보험과장은 “실손보험은 실제 발생한 의료비를 보장하고, 급여와 함께 청구돼 ‘레퍼런스’가 있기 때문에 손해사정의 객관성이 담보된다는 점에서 먼저 동의기준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보험사가 소비자의 손해사정 선임의사에 동의할 수 없는 경우엔 소비자가 사유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보험사에 설명의무도 부과한다. 금융위는 보험사별 동의 비율을 생명·손해보험협회를 통해 공시할 계획이다. 또, 소비자가 손해사정사를 비교해 선임하기 쉽도록 한국손해사정사회 누리집에도 주요 경영정보를 공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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